위키리크스를 통한 미국 민주당 내부 문건 유출로 러시아 정부의 미국 대선 개입설이 불거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러시아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이메일을 해킹하라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후보는 27일(현지시간) 공식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클린턴의 잃어버린 이메일 3만 건을 되찾길 바란다”며 “우리 언론으로부터 큰 보상을 받을 것”이라 말했다.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사용한 개인 이메일 의혹을 다시 꺼낸 것이지만 표현이 문제가 됐다. 사실상 해외 정권의 사이버 첩보 행위를 옹호한 셈이기 때문이다. 클린턴 후보 캠프는 즉각 “주요 대선후보가 정적을 대상으로 외국의 첩보 행위를 촉구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는 비판 입장으로 대응했다.
공화당 인사들도 발언 수습에 나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미국의 양 정당과 정부는 러시아의 해킹 사실이 밝혀질 경우 중대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 말했다. 폴 라이언 하원 의장도 “러시아는 기만적인 폭력배가 이끄는 국제적 위험”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의 민주당 해킹 의혹은 연방수사국(FBI)이 수사 중이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가능성을 묻자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 언론은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해킹팀 GRU 소속 ‘구시퍼 2.0’을 유출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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