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표 만류에 주저하기도
정치적 유불리 계산하다 촌극
8ㆍ2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 첫날인 27일 이종걸 의원이 출마 여부를 놓고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실적으로 승산이 없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뜯어 말리자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며 뜸을 들인 탓이다. 당의 비전에 대한 고민보다는 계파 경쟁 구도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 골몰하다 보니 벌어진 촌극이란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왔다.
비주류 진영의 대표 주자로 나서겠다며 당권 도전을 저울질 해온 이 의원은 이날 오전 7시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 정당은 용광로가 돼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강철을 만들기 위해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했다. ‘친문(친문재인)’일색으로 꾸려진 전대 구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당찬 포부였다.
그러나 이 의원의 당권 출마 의지는 불과 3시간 만에 꺾였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비공개로 만난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소모적으로 힘 낭비 말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라”고 강하게 만류하면서다. 전대 판이 친문 표심 잡기로 짜인 상황에서 비주류가 나서봤자 전대 흥행만 도와주고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같은 이유로 비주류 의원들 역시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민주가 ‘덜 민주당’이 돼서는 안 된다”며 출마에 무게를 두며 여지를 남겼고, 이날 밤 늦게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 결심 대로, 당을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내일 아침 출마 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전대가 친문이냐, 덜 친문이냐 하는 변수만 있다 보니 우스꽝스러운 일까지 벌어졌다”며 “이 의원 역시 전대 출마와 상관 없이 오락가락한 모습으로 이미 상처가 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당에선 이 의원이 출마에 가세할 경우, 당권 도전자를 3명으로 압축시키는 예비경선(컷 오프) 룰을 바꿔 4명 모두 본선에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단순히 당 대표 경선에만 적용되는 컷오프 룰이 아닌 만큼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며 당헌 당규가 수정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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