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앞당기는 방법 강구하라”
분식회계도 사실상 직접 지시
檢, 성과급 잔치에 배임죄 적용
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5조원대 분식회계(회계사기)를 토대로 무려 21조원대의 금융사기 범죄까지 저지른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그는 특히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매출을 앞당겨 잡는 방안을 강구하라”면서 사실상 회계조작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7일 고 전 사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2년 4월 취임한 고 전 사장은 재임 3년간(2012~2014년) 회계연도의 예정원가를 임의 축소하고 매출액을 과대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5조7,059억원(자기자본 기준)의 회계사기를 주도한 혐의다. 영업이익 기준의 분식 규모는 2조7,829억원에 달한다.
그는 부풀린 매출에 기초해 부정 취득한 신용등급을 이용,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1조원대의 금융사기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기관 대출 4조9,000억원 ▦기업어음(CP) 발행 1조8,000억원 ▦회사채 발행 8,000억원 ▦선수급 환급보증 10조원 ▦신용장 보증한도 증액 2조8,000억원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고 전 사장 재임시절 대우조선이 실제로는 수천억원의 적자행진을 기록했음에도 이 같은 눈속임을 통해 4,96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과 관련,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임원 성과급은 99억7,000만원, 종업원 성과급은 4,861억원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앞서 회계사기 혐의로만 기소했던 김갑중(61) 전 대우조선 부사장도 이날 금융사기와 임원성과급 지급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고 전 사장은 그 동안 회계사기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나는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비공개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매출인식을 조기화(영업이익을 앞당겨 잡는 것)하는 방법을 강구하라” “올해 영업이익이 제로까지 줄어드는 상황이다. 잘못하면 회사가 망한다”고 발언한 사실을 확인했다. 분식회계를 지시한 사실을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에서 오랜 기간 핵심 보직을 지낸 조선업 회계전문가이자 국내 대학에서 MBA과정도 이수한 고 전 사장이 회계사기를 몰랐다는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20억대 뒷돈 수수와 5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상태(66) 전 사장에 이어 전직 사장 2명이 줄줄이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고 전 사장의 경영비리를 계속 수사해 추가 기소할 것이며, 남 전 사장의 경영비리 수사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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