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전 미룬 채 최근 사무실 이전
정부가 구체적인 이전 계획 밝혀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미래창조과학부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부과천청사 내 다른 건물로 옮기자 세종과 지역 과학기술계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들은 오래 전에 세종시로 이전했어야 할 미래부가 막대한 혈세까지 쏟아 부어 과천청사 내로 이전한 것은 ‘수도권 잔류’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25일 정부과천청사 4동에서 5동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
이번 미래부의 과천청사 내 이전은 서울 용산에 있는 방위사업청이 정부과천청사 3동과 4동으로 이전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전 비용은 이사 및 9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할 사무실 집기, 통신설비, 내부 공사 비용 등을 포함해 총 44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혈세 낭비”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세종시 이전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미래부는 행정도시건설특별법에 따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중앙부처지만 이전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이를 차일피일 미루며 예산까지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래부의 전신인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는 행정도시특별법에 이전 기관으로 명기돼 있다. 지난 2005년에는 이전 고시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행자부는 ‘부처 이전 문제는 그 부처의 기능이나 특성, 청사 수급상황, 이전 비용 등을 종합 검토해 추후 논의할 사항’이라며 지금까지 이전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세종참여연대는 “정부가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전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내년 대선까지 포함해 세종시민과 충청도민의 강력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부와 업무상 긴밀한 관계에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에서도 불만과 불신이 팽배하다.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는 “미래부와 수시로 업무 협의를 하는데 과천까지 오가면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관련법에 따라 세종시로 이전하면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행정력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연구노조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정치권 등에 미래부의 세종 이전 지원 사격을 요청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연구노조 관계자는 “법에 이전기관으로 포함돼 있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도 세종에 있는 만큼 미래부가 세종시로 오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래부의 수도권 잔류를 계속 고집하면 국회 관련 상임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통해 세종 이전을 압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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