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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합의는 빅딜 보다 스몰딜로 접근해야”

입력
2016.07.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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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 <6> 노동시장

한국일보와 국가미래연구원, 좋은정책포럼이 공동기획한 릴레이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의 여섯 번째 주제는 노동시장입니다. 진보와 보수, 노사, 여야간 의견차가 가장 첨예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보수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에선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진보학자 모임인 좋은정책포럼에서는 전병유 한신대 교수가 각각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토론=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병유 한신대 교수

사회=이성철 부국장

그림 1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왼쪽)과 전병유 한신대 교수가 한국일보에서 열린 기획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에서 노동개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홍인기기자
그림 1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왼쪽)과 전병유 한신대 교수가 한국일보에서 열린 기획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에서 노동개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홍인기기자

사회= 경제활동의 최종 목적은 결국 일자리를 만들어서 소득을 제공하는 것일 텐데요. 고용창출로 보나 소득분배로 보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금재호=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모빌리티(이동성)이 취약하다는 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한번 비정규직이면 계속 비정규직인 거죠. 저는 두 가지 이유로 보는데요. 첫째는 기업간 산업간 격차입니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격차가 너무 커요. 이건 생산성 격차이고 결국은 소득 격차로 나타납니다. 차이가 너무 크니까 이동이 힘들어지는 거죠. 두 번째는 고용불안입니다.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상태에서 고용이 불안하니까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정규직들은 자꾸 자기보호막을 칩니다. 청년들과 비정규직들은 직장에 들어갈 기회 자체를 잃게 되는 거죠.

전병유= 이동성이 떨어지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원인은 노동시장 내부뿐 아니라 밖에도 있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대기업보다 떨어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지위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많거든요. 이런 문제를 배제하고 노동시장 안의 제도변화만으론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봅니다.

금재호= 동의합니다.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 외에 재화시장, 금융시장이 함께 개선되어야 해요. 예를 들어 영세자영업자들은 제1금융권 접근자체가 어려우니까 자꾸 금리가 비싼 2금융권으로 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경제적 지위는 점점 더 나빠지는 거죠. 결국 고용문제는 노동시장 만의 문제는 아니며 공정한 재화시장, 공정한 금융시장이 함께 전제되어야 해결 가능합니다.

고용악화는 자동화와 해외생산이 결정적

사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결국 기업인데요. 그런데 기업들은 오히려 채용을 줄이는 환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전병유= 자동화와 해외생산 요인이 큽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자동화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로봇사용이 노동자 10만 명당 370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요. 자동화가 워낙 빠르게 진척되니까 일부만 정규직, 나머지는 전부 비정규직 구조로 가게 되는 거죠. 게다가 해외에서 생산하는 글로벌 아웃소싱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국내 고용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거죠.

금재호= 자동화와 글로벌 아웃소싱이 국내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건 맞는데 기업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워낙 혼이 났던 기업들이 생산성과 효율성 극대화에 총력을 쏟다 자동화와 해외진출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두 번째는 사람 채용하는 게 무서워진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한 번 뽑으면 크게 사고를 치거나 징계대상이 되지 않는 한 내보내기 어려운 구조잖아요. 실제로 고용보호수준은 다른 나라보다 높고, 경제수준에 비해서도 굉장히 강합니다. 법 체계만 그런 게 아니라 단체협약 등을 통해서도 근로자들은 임금, 근로조건, 신분을 강하게 보호받고 있죠. 이렇게 인력의 관리비용, 해고비용이 높으니까 기업들은 채용을 겁내는 겁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반드시 노동자들에게 좋게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기존 노동자들이 보호받는 만큼 청년, 여성, 고령자,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들은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거죠. 결국 서비스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같은 저임금 직종으로 향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그쪽은 인력과잉이 빚어져 임금과 생산성이 계속 정체되고, 그야말로 악순환이 재생산되는 구조가 된 거죠.

사회=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다는 말씀인데요. 유연성이 높아지면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은 채용을 늘릴까요.

금재호= 우리나라에선 노동시장 유연성을 자꾸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걸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쉬운 해고 보다 임금시스템의 개편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획일적으로 임금을 낮추자는 것은 아니고,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상승폭을 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호봉제 때문에 임금이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가요. 50세 정도가 되면 임금이 최고조에 달해 생산성보다 더 높아지게 되지요. 기업입장에서는 그게 부담이 되니까 자꾸 일찍 해고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런 걸 막으려면 호봉제 중심의 경직된 임금체계를 바꿔 인건비 상승속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림 2금재호 교수
그림 2금재호 교수

사회= 재계 쪽에선 아예 미국처럼 해고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금재호= 그렇게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이 생길 겁니다. 유연화는 세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해고 유연화, 임금의 유연화 그리고 작업조직이나 인력배치 같은 기능적 유연화인데요. 이 중에서 해고 유연화 보다는 임금 유연화와 기능적 유연화를 좀 더 활성화해야 합니다. 호봉형 임금체계를 성과형 등으로 유연하게 개편하고, 작업형태나 인력배치를 탄력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것마저도 노조가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죠.

전병유=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현재의 일자리 문제는 노동시장 경직성 보다 기업의 경영전략에서 비롯된 면이 큽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숙련향상을 통해 임금과 생산성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였는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 고리가 끊어졌습니다. 여기엔 중국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기업이 임금체계개편을 위해 노조와 어려운 협상을 한다거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온갖 힘든 과정을 거치기 보다는 그저 간단한 방법, 다시 말해 중국시장을 겨냥해 자동화와 아웃소싱으로 단가를 낮추는 손쉬운 길을 택한 겁니다. 여기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암묵적 동의도 있었다고 봐요. 사측의 해외진출전략을 인정해주는 대신 비정규직을 완충지대 삼으면서 자신들의 위치와 기득권을 보호받으려는, 일종의 기업과 노조간 담합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 노동시장이 경직되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전병유= 경직성은 제한적으로 있다고 봅니다. 노조가 있는 제조업 대기업노동자들, 그러니까 대략 전체 노동자의 7~8% 정도가 대상이겠지요.

사회= 하지만 이 7~8%에 대해 귀족노조다, 기득권집단이다 하는 비판이 많습니다.

금재호= 7~8%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상 대기업 울타리 안에 있는 협력업체와 사내하청업까지 다 포함하면 30% 가까이 될 거예요. 중소 영세기업의 노동시장은 별로 경직적이지 않거든요. 비중은 얼마 되지 않더라도 대기업이 바뀌면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겁니다. 때문에 정부정책도 대기업노동시장을 어떻게 유연하게 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비정규직 증가는 대기업노조의 기득권 탓도

사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물론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비정규직이라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금재호= 왜 비정규직이 늘어날까를 따져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앞서 얘기한 일부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요인이 있습니다. 얼마 전 OECD와 ILO(국제노동기구)를 방문했는데, 한결같이 들은 얘기가 ‘비정규직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정규직의 고용보호수준은 낮추고 비정규직의 보호수준은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였습니다. 여기서 정규직 보호를 낮춘다는 것은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게 아니라 임금 등 노동비용을 낮추자는 것이었습니다. 또 비정규직의 고용보호를 높이자는 건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자는 게 아니라 근로조건과 임금에서 정규직과 차이를 없애자는, 균등처우를 해주자는 얘기였고요. 아울러 비정규직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는 좀 열어주자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대책은 정규직화가 목표가 아니라, 현실적인 기회확대와 처우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그림 3전병유 교수
그림 3전병유 교수

전병유=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이 너무 많습니다. 비율이 외국에 비해 훨씬 높아요. 게다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하는 일이 비슷합니다. 일본의 경우 비정규직은 업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단가인하를 위해 과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전체 근로자의 30%가 넘는데 20% 초중반대까지 낮춰야 해요. 대안으로는 정규직과의 근로조건과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안,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방안, 강제로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데요. 현실적으로 임금격차 줄이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은 잘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동일임금 동일노동이 법제화돼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잖아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우리나라 문화에선 저항이 있습니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공채로 들어왔는데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전환했다’는 것에 대한 거부심리가 있는 거죠. 그래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회사보다 직원들이 더 싫어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단계적이지만 다소는 강제적인 방법으로라도 비정규직 비율을 낮춰가야 할 것으로 봅니다. 특정영역, 예를 들면 안전업무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한다거나 업종평균 대비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한 기업은 정부조달참여를 제한한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금재호=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올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은 32.8% 정도 입니다. 일본은 지난해 38%로 우리나라보다 높습니다. 일본의 비정규직은 주로 파트타임과 아르바이트에 몰려 잇는데, 우리나라도 세부적으로 보면 비정규직은 영세한 곳에 집중되어 있고 정규직과는 직무도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매니저는 정규직이고 밑에 일하는 사람들은 비정규직입니다. 직무가 다른 거죠. 우리나라 비정규직 중에서 3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무하는 인원은 5.2%에 불과합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 임금근로자의 12.9%만이 비정규직입니다. 강제로 줄여야 할 만큼 대기업 비정규직이 많은 건 아닙니다.

뿌리업종 파견제 허용해야

사회= 비정규직 중에 파견근로자가 있습니다. 지난해 이후 정부가 추진한 노동관계법 가운데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가 바로 뿌리산업에 한해 파견근로자를 허용하는 문제였는데요. 개선이다, 개악이다, 정말로 찬반의견이 팽팽합니다.

금재호= 용접 주물 금형 같은 이른바 뿌리업종의 파견근로자 사용은 현행법상 불법이지요. 하지만 이들 업체가 밀집해있는 안산시에 가보면 모두가 파견을 씁니다. 기업규모가 작고 일감 주문이 들쭉날쭉 하니까 도저히 정규직 활용이 어려운 거죠. 불법인걸 쓰니까 파견업체들이 근로자들의 고용보험 사회보험을 떼어 먹는 행태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열악한 현실의 근로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입니다. 야당이나 진보 쪽에선 강력하게 단속해서 이 불법파견을 못쓰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건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이 시장은 파견을 금지하면 정규직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죽어 버리는 시장이거든요.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파견을 쓸 수 있게 양성화 해주는 게 옳은 선택 아닐까요.

전병유= 노동계 쪽에서는 기본적으로 불신이 존재합니다. 정부가 불법파견시장을 제대로 단속조차 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파견을 풀어주면 결국 불법을 합법으로 인정해주는 것 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정부는 파견을 풀어주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등을 안 지키던 악습이 개선될 거라고 보는데, 정말로 그렇게 될 지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중소기업 현장 관행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법을 바꾸는 것보다 시장을 정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사회= 노사정위원회 얘기를 좀 해보죠. 결국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라고 만든 것이 노사정위인데요. 하지만 지금 노사정위는 거의 작동을 못합니다.

금재호= 핵심은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는 경총과 한국노총이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표성을 과연 얼마나 갖고 있느냐라고 봅니다. 한국노총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6% 정도에 불과하고요. 경총도 영세한 수많은 중소기업 입장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노사정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는데 지금 구조에선 그게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는 노사정위 참여범위를 비정규직대표, 영세자영업자대표, 청년대표 식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봅니다. 20대 국회가 노사정위의 개혁문제를 논의해주길 바랍니다.

전병유= 솔직히 말해 노사정위는 우리나라 역량에는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외환위기 이후 급하게 도입은 했지만, 이건 조직화된 단위들끼리 합의를 도출해내는 서구 사회민주주의 모델이거든요. 우리나라처럼 노동자나 사용자 모두 조직화가 잘 안되어 있는 상황에선 작동하기가 어렵죠. 정부도 노사정위를 그냥 들러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고요. 이렇게 불완전한 노사정위에서 노동개혁 같은 커다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노사정위는 그 한계를 인정하고 합의기구 보다는 대화기구로 성격을 바꾸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노동개혁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 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공론장을 만들어 정부가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정부의 노동개혁 조급증이 문제

금재호= 정부는 자꾸 단기성과에 집착합니다. 이번 노동개혁도 연말까지 통과시킨다는 식으로 시한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몰아 붙이니까 결국 깨진 것 아니겠습니까. 독일의 노동개혁인 하르츠개혁도 시행 전까지 무려 3~4년 동안 무수한 논의와 진통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조급증을 버려야 합니다.

사회= 대화만 하면 합의는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병유= 현실적으로 빅딜(큰 합의)보다 스몰딜(작은 합의)로 접근해야 합니다. 노동문제에 관해 국가단위 보다는 산업단위, 지역단위에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면서 토론과 합의도출 역량을 키워나가는 거죠. 스몰딜이란 예컨대 거제도 조선업종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지역에 자원을 집중해서 노사합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방식입니다.

사회= 내년도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올해도 진통이 컸고 후유증도 여전히 남아 있는데요. 최저임금을 이런 식으로 계속 결정하는 게 맞나 싶습니다.

금재호= 최저임금을 하나의 금액으로 정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60세 이상 중에는 시급 5,000원을 줘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최저임금 때문에 그걸 막는 건 문제가 있는 거죠. 따라서 최저임금을 획일화하지 말고 지역별로, 산업별로, 연령층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합니다. OECD에서도 급여보다 고용자체가 더 절실한 계층에 대해선 최저임금을 낮춰 적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전병유= 저는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최저임금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임금에 대한 일종의 국가적 표준을 정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 지금까지 두 분 말씀을 종합해보면 보수와 진보, 시각과 처방에선 차이가 있습니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고용문제는 결코 노동시장개혁 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죠.

전병유= 좀 더 폭넓게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성 해소를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불공정구조 등을 함께 바꿔가야만 할 것입니다.

금재호= 좀더 공정한 경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엔 전적으로 동의하구요. 아울러 한가지 덧붙이자면, EU가 2020년까지 고용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게 있는데요. 여러 방안이 제시됐는데, 그 중 노동시장에 대한 건 하나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다 일반 경제정책에 대한 얘기였죠. 결국은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정리=박주희기자 jxp038@hankookilbo.com

사진=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금재호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도보수성향의 노동경제학자다. 현재 한국과학기술교육대학 인력개발학과 교수.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보험연구센터소장 및 원장대행 등을 지냈다. 노사정위원회 산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전병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진보적 노동경제학자로 노동자 권익보호 및 정치 경제 제도개혁을 촉구하는 각종 사회활동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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