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에서 금ㆍ은ㆍ동메달 휩쓰는 것이 목표죠.”
올해로 선수 생활을 접는 한국골프의 전설 박세리(39ㆍ하나금융그룹)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선수 박세리가 아닌 ‘감독’ 박세리의 목표다.
박세리는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외환은행 본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수보다 감독으로 올림픽에 가게 돼 영광스럽고 선수 못지 않은 자세로 임하겠다”며 “목표는 올림픽 금ㆍ은ㆍ동메달을 다 가지고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리는 지난 9일 US여자오픈 2라운드를 끝으로 미국본토에서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활을 모두 마무리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그는 다음달 개막하는 리우 올림픽에 한국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 자격으로 출전한다.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하면서 선수는 아니지만 감독으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박세리는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가장 먼저 챙겼다. 그러면서도 목표는 분명했다. 박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금ㆍ은ㆍ동메달을 다 가지고 귀국하는 것”이라고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 랭킹 3위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를 비롯해 5위 김세영(23ㆍ미래에셋), 7위 양희영(27ㆍPNS창호), 9위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까지 ‘톱10’ 선수들로 최강 전력을 꾸렸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국민적 기대감과 긴 이동 거리, 낯선 코스 등으로 인해 선수들 스스로 부담을 가질 수도 있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안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세리는 한국 대표팀의 올림픽 최대 라이벌로 동포 선수이자 뉴질랜드 대표로 올림픽에 나서는 리디아 고(19)를 꼽았다. 그는 “리디아 고가 굉장히 상승세다. 제일 라이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박세리는 은퇴 후에도 후배들을 위한 길을 가겠다고 했다. 박세리는 “후배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과 대회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서 행정 업무를 맡는 것도 관심 있다”면서도 “하지만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음 생애에는 남자로 태어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꿈을 펼치고 싶다”라는 말로 골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대신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