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료 제출 요구엔
“수사 중이라 곤란” 거부
특위, 무성의한 태도 질타
현장조사 한번 더 실시키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실시한 독성 조사에서 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독성이 확인되자 법무법인 김앤장이 그 조사를 중단시키고 결과를 은폐했습니다. 누구의 지시였습니까? 영국 본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그때는 제가 근무하지 않아 모릅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의 현장 조사가 실시된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특위는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가 직접 발주해 진행한 KCL의 실험 결과를 고의로 은폐·조작했는지, 이에 대한 영국 본사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따져 물었지만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는 “(2년 전 한국에 부임해) 당시 옥시에 근무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주요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검찰 수사 중이라 곤란하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옥시가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자 특위는 비공개 현장조사를 한 차례 더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옥시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일부 위원들이 조사 중단과 추가 현장조사를 요구해 전문가 현장조사를 한번 더 실시하기로 했다”며 “불성실한 답변이 이어질 경우 공식 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프달 대표는 조사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처음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발표했을 때 (옥시에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 여러 차례 연구를 진행했을 뿐 은폐 시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본사가 2001년 옥시를 인수할 당시 한국에서 판매하던 제품에 대한 안전성 재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해당 제품이 한국에서만 판매돼 영국 본사가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고,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폐 섬유화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다음에야 본사도 유해성을 인지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특위는 옥시에 이어 이날 오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계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도 현장 조사했다. 이들 업체는 2012년 질본 조사 때 CMITㆍMIT와 폐 손상과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후 정부는 해당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에 대해서도 1ㆍ2단계 피해를 인정했다.
한편 이날 이정미(정의당) 위원은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 CMIT, MIT 합성 과정에서 나오는 디메틸이소티아졸리논(DCMIT)을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은 DCMIT는 부산물이라 필수 기재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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