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성 카페에서 친인척의 장례식 참석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진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여성은 ‘동서의 부모’(my sister-in-law’s parent)는 결혼으로 맺어진 사람들이라 피로 맺어진 가족처럼 대할 필요가 없다는 미국식 얘기를 꺼낸다. 맞는 말 같지만 틀린 말이다. 우선 in-laws는 미국에서 생긴 말이 아니다. 알다시피 미국은 영국처럼 관습법을 따르고 있고 in-law 얘기는 14세기경부터 이어진 관습이다.
한국의 민법상 친족이란 혈연관계나 혼인으로 맺어진 일정 범위를 말하는데 1990년 이후로는 부계 8촌 모계 4촌 이내를 혈족(consanguinity)이라 하고 혈족의 배우자나 배우자의 혈족, 혹은 배우자 혈족의 배우자는 인척(affinity)이라 한다. 동양의 친인척 관계에서 호칭이 더 발달한 것은 문화와 연관이 깊지만 그렇다고 서양의 가족 관계나 호칭이 결코 후진적인 것도 아니다. 혼인으로 발생하는 인척 관계에는 in-law가 붙는데 이를 현대 문화에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어느 한국인 동포의 주장처럼 동서의 부모는 법제상의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이 아니라는 해석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얘기다.
우선 in-law는 Latin 시대에도 있었고 이어진 교회법(Canon Law)에서 강화된 것이며 특히 인척 관계(affinity)인과 결혼을 금지하려는 제도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혈족뿐만 아니라 혼인으로 맺어진 인척 간에도 결혼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인데 아내가 사망한 경우 처제와의 결혼을 금지하거나 남편이 사망하는 경우 시아버지나 시동생과의 결혼도 금지한 것이다. 즉 처제도 자신의 친여동생처럼 여기라는 것이고 혈족은 아니지만 혼인으로 맺어진 법제 상의 sister로 보고 sister-in-law로 부른 것이다. 영국 의회에서는 지난 세기에 이를 법제화했다.
소위 in-law로 만들어지는 가족 관계는 14세기에 영어에 수록된다. 결혼으로 확장되는 인척 관계에서 in-law 호칭은 우리말보다는 상세하지 못하지만 교회법에서 말하는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다. 시아버지나 장인도 father-in-law라고 부르는 호칭도 있고 상황별로 파생 표현도 나오게 된다. In-law 호칭이 일반화된 것은 19세기 초부터인데 대부분 결혼으로 맺어지는 인척 관계의 호칭이 되었다. 참고로 step-father(의붓아버지), step-daughter(의붓딸) 같은 step-으로 만들어지는 호칭은 게르만 시대부터 있었고 in-law로 만들어지는 호칭은 앵글로색슨 시대부터 불리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step-son, step-brother, step-sister등도 생겨났다.
한편 미국에서는 시부모나 장모 장인을 mom, dad라고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아예 호칭 없이 응대하는 사람이 더 많고(I don’t call them anything at all.) 이름이나 성씨 등 각자 상황에 따라 장모를 mom, Auntie 혹은 first name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직접 ‘What should I call you?’로 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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