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 늑도동에 속하는 늑도는 길이 970m, 너비 720m의 작은 섬이다. 동서남북의 인접 지역을 조망하기에 적합한 늑도는 강한 태풍에도 안정적으로 배 정박이 가능해 고대 동아시아의 대표적 교역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발굴 조사에서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 유물 수만 점이 쏟아져 나온 늑도는 섬 전체가 사실상 거대한 유적이었다. 출토된 유물 대부분은 남해안에서 제작된 토기였으나 일본계, 낙랑 및 한계 등의 순서로 외래 유물도 많았다. 고대 동아시아 교역의 실체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늑도는 1985년 경남 기념물 제75호로 지정됐고 이후 2003년 국가사적 제450호로 승격됐다.
국립진주박물관이 특별전 ‘국제무역항 늑도와 하루노쓰지’를 10월 16일까지 열고 있다. 늑도 유적 발굴 3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전시는 출토 유물 1,000여 점을 일반에 공개하는 대규모 전시다. 특히 2,000여년 전 늑도와 함께 국제무역항 역할을 했던 일본 나가사키현 이키섬의 하루노쓰지 출토품 168점을 함께 비교 전시해 당시 한일 교류를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고대 동아시아 교류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섬의 유물을 서로 보완해서 봐야 한다. 현재까지 늑도에서는 선착장 시설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활용된 배에 대한 자료도 전무하다. 배 모양의 소형 석기와 토기 등으로 그 형태를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이에 비해 하루노쓰지 유적은 목재 유물이 많은 데다 대륙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선착장 시설도 발굴됐다.
두 섬의 유물 간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전시의 재미를 더한다. 사슴의 뼈나 뿔을 이용해 제작한 도구가 다량 발견된 늑도와 달리 하루노쓰지에서 출토된 도구는 대부분 고래 뼈로 만든 것이다.
2,000년 전 국제무역항 늑도의 생활상도 자세히 다뤄진다. 동물 관련 유적 중 약 83%를 사슴 뼈가 차지하는 것으로 미뤄 당시 늑도 사람들에게 중요한 먹거리이자 도구를 만드는 재료가 사슴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무덤에서 발견된 개의 뼈는 고대에도 개가 사람과 친근한 관계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재질의 저울추와 중국동전으로 당시 시장 거래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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