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은 중복이다. 가장 더운 시기인 삼복기간의 중간이다. 이 시기에 우리 식탁에 제일 많이 오르는 동물은 닭일 것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1년에 도살되는 전세계에 닭의 수는 약 450억 마리이며 2012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경우 1년에 인구 한 명 당 소비하는 닭고기는 16.9㎏ 에 달한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닭에 대해서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먹고 있을까.
닭은 유럽에서 인정하는 품종만 해도 180여종이나 되지만 국내외 대부분의 농장에서 육계로 생산되는 하이브리드종은 몇 종에 불과하다. 현재 농가에서 주로 사육되는 육계는 부화한 날의 체중은 40g 이지만 3일만에 80g이 되고 30일이 지난 후에는 1.5㎏의 체중을 쉽게 넘어선다.
50년 전만 해도 한 마리의 병아리가 지금의 병아리보다 사료를 3배 많이 먹어도 60일이 되어야 1.5㎏의 몸무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과학의 도움으로 단시간에 성장하는 ‘수퍼닭’을 발명하게 된 것이다. 80일에 걸쳐 천천히 성장해야 하는 닭들이 30일만에 빠른 속도로 근육이 생기면서 제대로 걷거나 서지 못하는 닭들도 생겨나곤 한다.
닭은 품종에 따라 평균 수명이 다르지만 평균 5~9년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닭들은 부화하고 한 달이 지나면 도살된 것들이다. 닭의 기본적인 행동 습성 중 하나인 모래목욕이 가능 하려면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1㎡ 당 20마리에서 25마리가 사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빼곡하게 사육되는 곳에서 닭의 모래목욕은 불가능하다. 참고로 1㎡는 한 평의 3분의 1 정도도 되지 않는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닭은 기본적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 잠을 자는 성향이 있으나 현재 농가의 사육장에는 닭이 올라갈 수 있는 횃대도 없다.
이러한 사실은 닭고기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에서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게 되는지 알게 된 이상 우리는 닭의 사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다행히 2014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육계농장 동물복지 인증기준을 발표하고 인증제를 시행하였다. 이 기준에 의한 사육방식은 다른 육계 농장보다 닭의 밀도가 낮으며 횃대를 설치하며 모래목욕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육계농장은 현재 5개소 밖에 되지 않고 소비자가 쉽게 구할 수 있을 만큼의 생산량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충분히 요구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만 할 수는 없으니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닭이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살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그 방법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동물복지형 농장을 찾는다면 앞으로 닭들의 복지는 개선될 것이다.
이혜원 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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