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직후 "유리천장에 지금껏 가장 큰 금을 냈다"고 말했다.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후보로 지명된 의미를 격정적으로 자평한 것이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클린턴 후보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마지막 유리천장까지 깨는 대역사를 쓰게 된다.
미국 민주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서 진행된 이틀째 전당대회를 통해 클린턴 전 장관을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행사가 끝날 즈음 대형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클린턴 후보는 뉴욕에서 생중계로 연결한 영상을 통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조직 내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을 언급한 뒤 "만약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이 순간을 지켜보는 어린 소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아마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지만, 다음 차례(여성 대통령)는 바로 여러분 중 한 명이라고…"라며 감격의 순간을 표현했다. 클린턴 후보는 트위터에 '역사'(history)라는 함축적인 단어 하나를 올리며 스스로도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민주ㆍ공화 양당은 여성 후보와 아웃사이더 후보가 맞붙는 대결 구도를 확정했다. 클린턴 후보가 승리하면 첫 여성대통령이자 첫 부부대통령의 기록을 남기게 되고 부동산 재벌로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역대 최고령(70) 대통령에 도전하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11월8일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 판세는 말 그대로 예측불허다.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컨벤션 효과로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 후보의 대세론을 꺾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클린턴 후보도 비슷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클린턴 선거 캠프는 트럼프 후보를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붙이며 대통령 자격을 문제 삼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이메일 스캔들’을 물고 늘어져 클린턴 후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는 포석이어서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방전으로 흐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필라델피아=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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