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천신일 세중 회장
1인 회사 주식편법증여와
법인자금의 생활비 충당 등
집요한 수사 끝에 유죄 이끌어
우병우 가족회사 정강도 유사
법조계 “횡령 및 탈세 적용 가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과거 자신이 수사했던 천신일 세중 회장의 가족회사 탈세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가족기업 ㈜정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검사로 가족회사를 통한 범죄를 엄단했던 그가 검찰을 나와선 도리어 같은 방식의 가족기업을 만들어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우 수석의 가족기업 운영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현행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2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우 수석은 2009년 대검 중수부 1과장 재직 당시 천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천 회장이 세중나모여행이라는 사실상의 1인 회사 주식을 편법으로 3명의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 가족회사를 통한 세금 포탈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수부의 박연차 전 회장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으로 이어지면서, 그의 사망을 초래했다.
수사를 주도한 우 수석은 세중나모여행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천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당시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지만 우 수석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천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항소, 상고해 일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법원 관계자는 “천 회장 가족회사의 자금 흐름과 운영 방식 등을 소상하게 파악한 우 수석이 항소심에서 예비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등 유죄 입증을 위해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우 수석과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정강이 세중나모여행 운영방식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는 점이다. 천 회장은 장남에게 세중나모여행 주식의 11.6%를 넘겨주는 등 학생이거나 사실상 무직인 세 자녀에게 법인 주식을 배분했으며, 법인의 자금 중 일부를 가족 생활비로 충당해 탈세 혐의가 적용됐다. 우 수석이 20%, 부인 이모씨가 50%의 지분을 보유한 정강도 경제력이 없는 세 명의 자녀에게 지분 10%씩이 배분됐고, 법인 명의로 지출된 통신비와 차량 유지비 등을 가족이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직원이 1명도 없는 정강의 2014~2015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차량 리스료, 접대비, 통신비, 교통비, 차량유지비, 복지후생비 등으로 2억2,0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우 수석의 부인 등 처가 식구들이 만든 가족기업 (주)SDNJ홀딩스까지 비교하면 공통점은 더 늘어난다. 정강과 같은 사무실에 회사가 등록된 SDNJ홀딩스는 가족 5명이 각각 20%씩의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SDNJ홀딩스는 공시지가 합계액만 1,722억원에 달하는 삼남개발의 지분을 50% 가진 최대 주주로, 중층적 소유 구조를 통해 5억~6억원의 세금 감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세중나모여행이 나모인터랙티브 등의 회사를 인수하고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 복잡하게 개입해 세금을 포탈했던 방식과 원리가 유사하다는 얘기다.
우 수석의 이 같은 수사 이력과 가족기업 운영 상황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는 위법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인사는 “정강 등 우 수석의 가족기업 운영 방식이 세중나모여행과 매우 유사하다”며 “법인 지출 내역과 관련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위법 행위에 대한 정식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우 수석 가족기업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탈세와 함께 횡령 및 배임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정강처럼 개별 법 인격을 가진 주식회사의 돈이 가족 등 개인을 위해 사용됐다면 피해자인 주식회사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바로 적용된다”며 “사용액수에 따라 형량은 달라지겠지만, 유죄가 인정되는 사건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법인자금 219억원을 정치지원금 등으로 사용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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