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페르난도 세하 주한 브라질 대사
“안전한 올림픽 위한 만반 준비 끝
테러ㆍ지카 바이러스 우려 낮아
사상 첫 난민 대표팀도 참가
전 세계에 희망 메시지 전할 것
호세프 대통령 탄핵 예외적이지만
국민과 시장의 평가 따라야 해
확정되면 테메르 부통령이 승계
혼란 이어지면 조기 대선도 대안”
브라질이 남미 대륙 최초로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삼재(三災)’니 ‘사재(四災)’니 하는 위기 상황에 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09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가 올림픽 개최권을 획득했을 때 브라질은 눈부신 호황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나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으로 조성된 정치적 혼란과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지카 바이러스와 테러 위협 확산 등으로 유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만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루이스 페르난도 세하 주한 브라질대사는 “브라질 상황에 대한 과장된 측면이 많다”며 “브라질은 안전한 올림픽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고 모든 우려를 일축했다. 최근 청와대 앞 브라질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브라질의 정치,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8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가 확정된다”며 “그 이후 브라질은 급속히 안정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_리우 올림픽의 의미는 무엇인가.
“남미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개최다. 브라질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사상 최초로 난민으로 구성된 팀도 출전한다.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기쁘다. 브라질 리우는 빼어난 자연 경관으로도 유명하다. 코르코바두 언덕의 거대한 그리스도상, 아름다운 코파카바나 해변, 수려한 경치의 팡지아수카르 산 등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남미의 숨막히는 아름다움도 감상할 수 있다.”
_브라질 국민들의 기대도 상당할 것 같다.
“올림픽을 치른다는 건 일생에 한번 있을지 모르는 이벤트로 많은 국민들이 고대하고 있다. 특히 한번도 따지 못한 축구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크다. 또 이번 올림픽은 브라질과 리우의 발전상을 전세계에 알릴 기회다. 리우는 최근 4, 5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대중교통을 정비하고 호텔 등 숙박시설을 마련했다. 리우 시민들은 전 세계에서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700만명을 환대할 준비를 끝마쳤다.”
_그런데 지카 바이러스로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리우 올림픽을 통한 지카 바이러스의 추가 전파 위험이 매우 낮다고 발표했다. 지카 때문에 올림픽을 연기할 필요도 없다고 확언했다. 현재 리우는 한겨울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다. 문제의 모기는 28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생존율이 떨어진다. 요즘 최저 온도가 8도였다.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브라질 월드컵(2014년 6월) 때도 뎅기열 등 모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IS 등의 테러 위협이 꼽히고 있다.
“테러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누구도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안전을 위해 2만1,000명의 병력을 올림픽 기간 투입할 예정이다. 더구나 우리는 중동의 분쟁지역인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등에 군대를 파견한 적도 없다. 브라질 내에도 무슬림 인구는 2%도 채 안되며 사회와 잘 융합돼 있다. 실제로 지난 카니발 기간에도 아무런 테러는 없었다.”
_정부 재정 악화로 올림픽 시설이 완공조차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마 한 두 달 전쯤 리우에 가 보고 작성한 기사가 아닐까 싶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준비는 100% 완료됐다. 시설도 모두 완공됐고, 현재 최종 점검 중이다. 브라질의 정치 문제와 맞물려 경제 위기가 부각되고 올림픽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분기 브라질은 236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
세하 대사는 브라질의 정정 불안에 대해서는 상당히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도 여론이 반영된 정상적 절차라고 주장했다. 그는 호세프 재임 시절 경제가 악화하고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했다는 점을 들어 “호세프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잃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과 함께 실업이 만연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해졌다”면서 “국민적 불만은 탄핵을 개시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했다”고도 했다.
_브라질 정치 상황은 한국에서도 제법 큰 이슈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개시됐을 때 정치적 분열이 굉장히 심각했다. 지금은 탄핵 절차의 종반을 향하고 있다. 브라질 상원은 올림픽이 폐막한 8월 말 직무정지 상태인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최종 표결을 실시한다. 만약 탄핵이 확정되면 현재 대통령 대행을 맡고 있는 미셸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브라질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돼 테메르가 그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_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으로 브라질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물론 탄핵은 매우 급진적이고 예외적인 일이다. 하지만 헌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며 (회계 적자를 감추기 위해) 의회의 승인 없이 대출을 허용해 법을 어겼다는 점이 드러났다. 수백만 브라질 시민이 거리에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할 정도로 여론도 악화됐다. 달러당 4.1헤알이던 환율이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 후 3.25헤알로 떨어졌다. 화폐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증시도 4만2,000헤알에서 현재 5만6,000헤알로 높아졌다. 국민이나 시장은 그가 대통령이 아닌 지금이 낫다고 평가한다.”
_정국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능성 있는 얘기다. 8월 최종 투표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이겨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그런데 반 호세프 측은 ‘플랜 B’를 고려하고 있다. 의회 결정과 무관하게 선거법원에 제소하는 것이다. 선거법원이 2014년 선거가 무효라고 결정하면 호세프는 물론 테이머도 직을 상실한다. 정국 혼란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세하 대사는 브라질이 올림픽을 통해 정치 ㆍ경제적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특히 그는 브라질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억명의 중산층 인구와 옥수수, 커피, 설탕, 에탄올 등 전세계 농산물 수출 시장에서 1~3위를 차지하는 품목을 열거한 뒤 “브릭스(BRICSㆍ신흥 경제 5국)로 불리는 브라질은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다”면서 “우리가 처한 위기는 오히려 브라질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하 대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브라질 하계 올림픽에 이어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과 브라질은 올림픽으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이 매우 열성적인 응원문화를 가진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한국인들이 브라질에서 뜨거운 응원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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