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물질이 포함돼 제품 회수를 권고한 공기청정기ㆍ차량용 에어컨 항균필터를 두고 정부가 이번에는 “위해성이 크지 않다”고 발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함유된 항균필터에 대해 위해성 평가 결과 “일상적인 사용환경에서는 위해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26일 발표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공기청정기와 차량 에어컨 항균필터 6종에 대해 살균작용을 위해 필터에 첨가된 OIT가 공기 중에 얼마나 방출되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공기청정기의 경우 최대 풍량으로 5일간 연속으로 사용한 후 항균필터에 당초 함유된 OIT의 양이 25~46% 줄어 공기 중으로 방출된 것을 확인했다. 차량 에어컨도 최대 강풍으로 8시간 동안 가동하자 26~76%가 방출됐다. 그러나 정부는 대기 중 OIT 농도가 3시간이 지나면 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금세 소멸되는 물질이라며 위해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정섭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극단적인 조건에서 이뤄진 실험에서도 공기 중 OIT 농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통상적인 사용 환경이라면 위험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는 쥐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에서 OIT의 독성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물질 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ㆍ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ㆍMIT)보다 2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20배 이상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유독물질에 노출됐을 때 위험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농도를 가리키는 무영향관찰농도를 비교한 것으로 OIT는 0.64㎎/㎥, CMITㆍMITㆍ0.34 ㎎/㎥, PHMGㆍ0.03 ㎎/㎥로 PHMG가 가장 낮은 농도에서 위험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CMITㆍ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피해자도 있는 상황에서 이보다 2배 독성이 낮다는 정부의 설명은 안전성을 보증하지 못하고 혼란만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차량 에어컨은 환기하지 않고 몇 시간씩 가동하며 좁은 공간에서 OIT에 노출되는 경우가 흔해 위험성을 과소평가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OIT가 상대적으로 독성값이 낮은 물질은 맞지만, 밀폐된 차 안에서 사용하거나 호흡기가 약한 사람이 노출됐을 때 어떤 양상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도 “제품에서 공기로 방출된 OIT의 화학작용과 인체 영향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섣부른 예단은 가습기 살균제의 교훈을 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 판매량과 업체별 회수율을 점검하고, 더 이상 시중에 유통되는 일이 없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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