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재검토, 반대 당론화’ 현 지도부와 각 세우기
개성공단 재가동, 기업인 방북 승인 등 대북정책 전환 압박
“다카키 마사오 딸” 인신공격성 대통령 비판, 강경파 연상
당심 잡기 위한 차별화 전략, 외교안보 분야 노선 경쟁 불가피
8ㆍ2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주자들이 ‘야성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후보들 공히 ‘강한 야당’을 표방한 만큼 선명성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선거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중도실용 노선을 내세워 외연확장에 나섰던 ‘김종인 체제’와 결이 다른 ‘좌클릭 지도부’ 등장이 예고되면서 당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추미애 송영길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등 3명의 당권 주자들은 벌써부터 주요 현안에서 현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삐거덕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게 대표적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향후 집권에 대비해 출구 전략 차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낫다며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추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전면 재검토”, 송 의원은 “사드 반대 당론화”를 공언해 온 터라, 누가 되더라도 새 지도부의 첫 일성은 노골적인 사드 배치 철회 요구가 될 전망이다.
당권 주자들이 개성공단 재가동, 입주기업의 방북 승인 등을 정부에 촉구하며 대북 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야성 회복의 일환이다. 그간 당내에선 김종인 대표의 ‘북한 궤멸’ 등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 잇따르며, 유화책은 힘을 받지 못했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 수위가 세지는 것은 과거 강경파 의원들을 연상케 할 정도다. 송 의원은 지난 24일 출마 기자회견 전 청와대 앞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 데 이어, 25일 개성공단 재가동 토론회에서 한일 안보 협력의 문제점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다카키 마사오의 딸(박 대통령)이 만나니 자위대가 한국에 상주하는 날이 다시 오겠구나 하는 우려가 든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까지 거명했다. 추 의원 역시 26일 한국노총을 찾아 정부의 노동개혁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 대표가 되면 한국노총과 동반자적 관계를 맺겠다고 약속했다.
당 관계자는 “당원들의 마음을 파고들기 위해 소위 강경파 의원들의 전유물인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는 것 아니겠냐”며 “주류 대 비주류 계파 구도가 실종된 만큼 앞으로도 선명성 경쟁으로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단순히 선거 프레임을 넘어 당내 노선 경쟁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가 꽉 틀어쥐고 있어 대체 불가한 경제민주화 이슈와 달리, 대북 정책 등 외교안보 분야는 당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과거처럼 대책 없이 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종인 대표가 있고, 없고를 떠나 수권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당권 도전을 저울질 하던 이종걸 의원은 후보등록일인 27일 비대위원직을 사퇴하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 의원은 “균형 추 없는 저울은 눈금 없는 막대기에 불과하다”며 비주류 진영 대표 주자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반면 정청래 전 의원은 이날 “당 대표보다 정권교체가 백만배 더 하고 싶어졌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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