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출발이 불안하다. 클린턴 전 장관을 후보로 추대하는 전당대회가 ‘편파 경선 관리’ 이메일의 공개로 최악의 분열상을 드러내면서다. 통합과 일치단결의 메시지가 야유에 묻히는 동안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은 수직 상승했고 클린턴 캠프는 안팎의 도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2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행사는 대혼란 자체였다. 클린턴 전 장관의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버몬트)상원의원의 캠페인을 훼방하는 내용이 담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핵심인사들의 이메일이 폭로된 가운데, 샌더스 지지자들은 행사가 열린 ‘웰스파고 센터’ 농구경기장으로 항의 행진을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50여명이 연행됐다. 행사장 내부에서는 샌더스 지지자들의 야유와 항의로 축하기도와 찬조연설이 중단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행사를 “고성 속에서 끝난 불협화음의 첫날”이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은 26일 이틀째 행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할 예정이지만 첫날과 마찬가지의 대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주 끝난 공화당 전당대회보다 더 심한 분열상 속에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이라는 후폭풍에 휩싸였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도 작용했겠지만 트럼프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분열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클린턴의 컨벤션 효과는 트럼프 후보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클린턴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모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 전 장관을 2∼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 방송이 24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8%, 클린턴 전 장관은 45%를 기록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 조사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49%로 트럼프(42%)를 7%포인트 앞섰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24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를 종합 집계한 결과 역시 트럼프가 44.3%로, 클린턴(44.1%) 전 장관을 0.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구도와 정책대결 양상 등을 들어 클린턴의 힘겨운 싸움을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점차 늘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대선 족집게’로 알려진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맞춰 트럼트의 당선 가능성을 클린턴보다 15%포인트 높게 예측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클린턴 전 장관의 당선 가능성을 80%이상으로 보던 그는 이날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57.5%로 분석했다. 앞서 진보성향의 세계적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마이클 무어도 24일 ‘화난 백인(White angry man)’ 등의 요인을 들며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필라델피아=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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