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복날은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 날이라니 매우 슬픈 날이에요.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 개를 잔인하게 도살하는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 관행이 사라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지금 영국에서 ‘한국의 개 식용을 멈추도록 권고해달라’는 의회 청원에 서명한 사람이 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 청원 홍보 활동에 참여한 영국인들이 한국을 찾아 개 식용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복(27일)을 앞둔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진행중인 마들린 워런, 루시아 바버 씨는 ‘보신탕은 이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워런 씨는 “개고기가 몸에 좋다는 한국인의 믿음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단지 미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식용 개를 잔인하게 도살하고 있는 점이 외국에서 특히 문제삼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개를 때리면 육질이 더 좋아진다’는 속설 때문에 개를 고문하듯 도살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편 자신들의 1인 시위가 혹시 ‘한국 고유의 문화를 무시하는 서구인의 편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다. 자신들은 한국인을 사랑하고, 한국의 고유 문화를 존중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고기를 먹는 것과 소고기를 먹는 행위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반박에 대해서는 “개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동물을 사랑하는 것의 첫걸음”이라고 답했다. 자신들은 베건 채식주의자(유제품과 계란을 포함해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들)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먹지 않으며, 영국에서는 소·돼지 식용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최근 영국에서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개 식용 반대’ 의회 청원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워런은 “서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한국의 개 식용 문화에 대해 서구 사회가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개를 먹는 나라’라는 이미지 때문에 영국에서는 한국으로 여행을 오거나, 한국 제품을 사는 일을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두 영국인은 3주간 한국에 머물며 국회, 광화문 광장 등에서 1인시위를 하고, 불법 개 번식장 등에서 구조한 개를 맡는 보호소도 방문할 계획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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