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귀열 영어] Garden-path Sentences (다중 의미의 문장 패턴)

입력
2016.07.26 14:42
0 0

‘Time flies like an arrow, fruit flies like a banana’ 이 격언의 전체 의미는 멋있는 내용이 아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고 날파리는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내용은 명언도 아니다. 그래도 끌리는 이유는 초반부의 ‘Time flies’(세월은 빠르다)라는 평범한 내용 때문이 아니라 뒤에 이어지는 문장 구조의 리듬과 운치 때문이다. 문장 구조를 보면 전반부는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간다’는 내용이고 like가 전치사로 쓰였다. 반면 후반부는 ‘날파리(fruit flies)가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평이한 내용에 fly가 ‘날다’가 아니라 ‘파리’의 의미로 쓰였고, like가 전치사가 아니라 ‘좋아하다’는 뜻의 동사로 쓰였다. 뒤죽박죽 혼용한 문장이지만 전체 문장의 반복과 리듬이 살아 있어 관심을 받는다.

이처럼 일부분이나 전체 문장의 의미가 ‘이중 삼중 의미로 쓰이는’(double entendre, double sense) 경우, ‘문장 구조의 모호성’(syntactic ambiguity 혹은 garden path sentence)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문장 구조에서는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엉뚱한 말을 도입해 전체를 흥미롭게 들리게 하는 게 특징이다. 문장 안의 낱말이 ‘이중 삼중 의미로 쓰일 때’(syllepsis) 그 효과는 더 높다. ‘Garden path’는 본래 ‘to lead somebody down the garden path’에서 온 말로, ‘정원의 오솔길’은 ‘유혹이나 속임을 당하기 쉬운 길’을 말하면서 ‘속거나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어구’를 지칭한다.

영화배우 윌 로저스가 말한 ‘I don’t belong to an organized political party. I’m a Democrat.’를 자세히 해석하면 ‘나는 기성 정당에 속하지 않는다. 민주당원이니까’다. 이 말을 듣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 문장은 성공한 셈이다. 왜냐하면 기존 정당이 나오고 뒤에는 ‘Democrat’이 나오는데 이 단어는 ‘민주당’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민주 시민의 정당’이라는 넓은 의미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스티븐 라이트가 말한 ‘On the other hand, you have different fingers’도 재미있는 문장이다. ‘on the other hand’를 직역하면 문장은 ‘다른 손은 손가락이 다르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지만 ‘한편’이라는 연결어로서도 쓰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On his feet he wore…blisters’도 유사한 문장이다. 그가 발에 신은 것은 당연히 구두나 신발을 연상하지만 ‘물집’ 잡혔다는 엉뚱한 대비가 문장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다.

선문답도 아니고 동문서답도 아니지만 살짝 비틀고 리듬이나 중복 사용을 통해 문장의 효과를 내는 표현법은 의외로 많다. CNN 창업주 테드 터너는 ‘If I only had a little humility, I’d be perfect’(내가 조금만 겸손하다면 난 완벽해질 텐데)라고 농담을 했다. ‘겸손’만 갖추면 완벽한 성격이라는 이 말은 이미 겸손하지 않기에 완벽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아울러 ‘Those are my principles. If you don’t like them I have others’(‘그게 저의 원칙입니다만 싫다면 다른 것을 보여드릴까요?)라는 문장도 후반부의 깜짝 도입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문장이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