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블랙씨, ‘무한도전’(MBC) 말고 부산에도 한번 오시죠!” 언젠가 할리우드로 초대장을 보내는 날이 진짜로 올지도 모르겠다. 개그우먼 송은이(43)의 유쾌한 너스레가 그저 웃기기 위한 개그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송은이는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에서 기획과 총연출을 맡았다. 부코페의 산파이자 집행위원장인 개그맨 김준호가 “누나가 우리의 강수연(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돼 달라”며 2년간 구애한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올해는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와 경성대 인근 공연장에서 내달 28일부터 9월 3일까지 9일 동안 웃음의 축제가 펼쳐진다. 호주 멜버른코미디페스티벌과 캐나다 몬트리올코미디페스티벌 같은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최근 서울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송은이는 “코미디페스티벌을 주최하는 각 나라에서 요즘 부산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준호가 발로 뛰며 고생했는데 이제부터라도 물심양면 돕겠다”고 힘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송은이는 공연 선정부터 초청인사 섭외까지 모든 걸 직접 챙기고 있다. 특히 신경 쓰는 건 콘텐츠의 다양화다. ‘개그콘서트’(KBS) ‘코미디 빅리그’(tvN) ‘웃찾사’(SBS)의 출연진과 해외 유명 코미디언들이 함께 꾸민 ‘코미디 드림콘서트’부터 초보 엄마를 위한 ‘투맘쇼’, 40~60대 주부를 위한 ‘사이다쇼’, 부산교육청과 함께 기획한 ‘코미디 스쿨 어택’ 등 상차림이 풍성하다.
좀비 호러 개그 ‘코미디 몬스터’는 내년 멜버른 진출을 목표로 만든 넌버벌 공연이다. ‘예능황제’ 이경규의 공연과 “멜버른에선 유재석급”이라는 넌버벌 퍼포먼스팀 옹알스의 무대도 준비돼 있다. 그 밖에도 외발자전거팀, 마술팀, 판토마임팀 등 여러 개그팀이 실력 발휘를 벼르고 있다. “가능하면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아니면 영상으로라도 검증한 공연만 무대에 올렸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부코페가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송은이도 부코페 기간 김숙과 함께 팟캐스트 ‘비밀보장’ 공개방송을 할 예정이다.
선배들이 앞장서자 후배들도 의기투합했다. 김대희가 아이디어를 내고 김경아가 디자인을 해 ‘퍼니’와 ‘버디’ 캐릭터를 만들었고, 유세윤이 운영하는 광고회사에서 티저 광고를 제작했다. “김준호가 부탁하기 편한 기준으로 섭외한” 박나래 김지민 양세형 허경환 등 10명의 개그맨은 홍보단으로 뭉쳤다. 개막식에선 박명수가 디제잉으로 서막을 열고, 하하와 스컬, 개그맨 출신 뮤지컬배우 정성화 등이 공연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개그맨들이 직접 꾸미는 축제인 셈이다. “개그맨들은 늘 무대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어요. 이번에 갈증을 모두 풀어낼 수 있는 기회였으면 합니다. 우리사회는 유독 코미디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요. 웃음에도 각박하죠. 관객들도 마음을 열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송은이가 진행하는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SBS)는 최근 한국방송협회가 발표한 제43회 한국방송대상 수상작(연예오락라디오부분)으로 선정됐다. 인터뷰 당일까지도 수상 소식을 몰랐던 송은이는 곧장 스마트폰 뉴스 화면을 갈무리해 김숙에게 보냈다. 시상식은 9월 2일. 송은이는 “그날 부코페 때문에 부산에 있을 것 같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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