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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무(三無) 야구’에 등 돌리는 LG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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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무(三無) 야구’에 등 돌리는 LG 팬

입력
2016.07.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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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퇴진을 요구하며 LG 팬들이 내건 현수막. 출처=LG 홈페이지
감독 퇴진을 요구하며 LG 팬들이 내건 현수막. 출처=LG 홈페이지

꼴찌 추락 위기에 놓인 LG가 흉흉한 팬심에 몸살을 앓고 있다. LG 구단 홈페이지의 팬커뮤니티에는 양상문(55) 감독의 ‘퇴출 릴레이’가 벌어지고 있으며 급기야 그들은 야구장으로 나가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펼쳐 들기 시작했다. 이달 초부터 잠실구장 외야에 보이기 시작한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은 경호원들에게 제지를 당해도 굴하지 않고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양 감독과 대화를 요청하며 잠실구장 중앙문 입구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는 물론 어긋난 팬심의 발현이다. 하지만 극성 팬들의 도 넘은 행위로만 간주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암흑기에도 이런 장면은 간혹 눈에 띄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독보적인 꼴찌이거나 끝 모를 연패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저 표면적인 성적 부진에 대한 원망 수준이었다.

올 시즌 LG는 6연패 한 번이 최다일 만큼 긴 연패에 빠진 적도 없고, 부진하다 해도 아직 5위 롯데와 5.5경기 차 8위로 알 수 없다. 지금 LG 팬들은 이겨도 싸늘하다. 팬투표로 뽑는 올스타전 베스트12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5월 홈 12경기 평균 1만7,175명이었던 관중은 6월 13경기에서 평균 1만5,779명으로 뚝 떨어졌다. 5위권에서 선전 중일 때도 오히려 관중은 감소했다.

LG 팬들의 분노가 담긴 현수막. 출처=LG 홈페이지
LG 팬들의 분노가 담긴 현수막. 출처=LG 홈페이지

요즘 야구팬들의 수준은 어지간한 야구 전문가 이상이다. LG에 대한 시선 역시 대다수 야구인들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서울 팀 최초의 9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 든 양 감독은 올 시즌 충분한 자원을 두고도 리빌딩이라는 노선을 택했다. 여기까지도 백년대계를 주장하는 감독의 소신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력으로만 평가할 것”이라던 스스로의 약속을 저 버린 선수 기용은 어떤 명분으로도 포장될 수 없다. 이병규(42)의 부상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잠실구장엔 주인 없는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비단 퓨처스리그에서 4할대의 맹타를 휘두르고도 1군 무대를 밟을 수 없는 이병규뿐만 아니다. 기량과 무관하게 2군에 방치된 선수, 반대로 1군에 중용되는 선수는 팬들의 눈에도 보인다. 심지어 3군(육성군)에 있다가 2군도 거치지 않고 갑자기 1군에 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팀 내부 사정까지 팬들이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최소한의 공감대는 형성되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시즌 개막 직후와 최근의 LG는 선수 구성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병규를 제외하고 중참 선수들을 모두 1군에 올렸고, 외국인투수까지 교체해 양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리빌딩도, 성적도 공허해진 현실 속에 그나마 최근 몇 년간 삼성과 팀 평균자책점 1, 2위를 다투던 마운드마저 무너졌다. 또“뛰는 야구는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 후반기에도 상대 허점을 노리겠다”라는 양 감독의 말에 한 팬은 “LG의 뛰는 야구가 상대 허점”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거의 매 경기 바뀌다시피 하는 라인업과 틀에 박힌 투타 운용 공식, 무색무취의 팀 컬러에 팬들은 “원칙도, 상식도, 재미도 없는 야구”라고 입을 모은다.

2008년 11월, 그 해 꼴찌로 시즌을 마감한 LG는 스포츠단 사상 유례 없는 ‘꼴찌 광고’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야구 시즌은 끝났어도 팬 여러분의 사랑 LG는 잊지 않겠습니다. 올 한해 부진한 성적보다 더 가슴 아팠던 것은 뒤돌아서 가는 팬 여러분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패배의 순간에도 떠나지 않고 함께 해 주신 팬 여러분 덕택에 다시 뛸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제는 이겨도 떠날지 모르는 LG 팬들이 현수막을 드는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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