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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 대기자 못 따라가는 기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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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 대기자 못 따라가는 기증자

입력
2016.07.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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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대기자의 10%에도 못 미쳐

3년 기다려도 받기 힘든 장기 이식

유교 문화 영향에 제도 미비도 한몫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에 거주하는 A(41)씨는 당뇨병으로 신장과 췌장이 망가져 2009년부터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 장기 이식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2010년 이식 대기자로 등록한 후 6년째 대기 중이다. 2014년과 지난해 기회가 찾아왔지만, 뇌사자의 췌장 크기가 작거나 장기 상태가 나빠져 최종적으로 이식에는 실패했다. 병원 관계자는 “장기를 이식 받지 않는 이상 일주일에 3번, 평균 4시간씩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환자에게는 괴로운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는 대기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 수는 대기자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기증자 1명이 최대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뇌사 기증자는 대기자의 2%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후 장기 기증을 가로막는 문화적 요인 극복과 함께 환자와 기증자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어주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7,444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말 2만1,861명에 비해 5,583명(25.5%) 늘어난 수치다. 반면 장기 기증자는 대기자의 9.3%인 2,565명에 그쳤다. 2011년 2,497명에서 4년 동안 단지 68명 증가한 것이다. 유형별로 보면 생존자가 간, 신장 등을 기증하는 생존 기증이 78.0%(2,001명)을 차지했고, 뇌사 기증 19.5%(501명), 사후 각막기증이 2.5%(63명)로 뒤를 이었다. 이렇다 보니 장기 이식에 걸리는 대기시간이 평균 1,137일(2014년 현재)에 이르는 실정이다.

국내 장기 기증률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센터가 한국과 주요 5개국(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인구 100만명 당 장기 기증자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49.5명으로, 스페인(46.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기증률이 가장 높은 미국은 318명으로 한국의 6배가 넘었다.

주목할 사실은 국내 뇌사 기증률은 인구 100만명 당 9.0명으로 비교 대상 중 최저인 반면, 생존 기증률은 37.5명으로 가장 높다는 점이다. 생존 기증률이 뇌사 기증률보다 높은 나라는 6개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이탈리아는 반대로 뇌사 기증률이 생존 기증률의 5.5배, 스페인은 3.8배였다.

독특한 국내 장기 기증 실태는 유교문화의 영향이 크다. 센터 관계자는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는 97~98% 수준으로 매우 높지만, 죽은 가족의 장기 기증을 결정해야 할 때가 되면 시신 훼손을 꺼려 거부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생존 기증률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현철 이화여대 교수는 “국내 생존자 장기 기증의 80% 정도가 8촌 이내 친족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는 효와 가족을 강조하는 문화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민간기구, 병원, 보건소 등 400여 곳을 장기이식등록기관으로 지정해 장기 기증 희망자를 등록 관리하고 있지만, 기증 희망자가 뇌사 또는 사망하더라도 현행법상 최종 기증 결정은 가족에게 달려있다. 18세 이상 성인이면 장기 기증 여부를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미국 등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뇌사 판정 절차가 까다로워 장기 제공의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우리나라는 뇌사판정위원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뇌사 여부를 판정하도록 돼 있고 그에 따른 소요 시간이 길다”며 “이로 인해 장기 이식을 위한 의료 조치를 제때 취하지 못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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