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 공조, 수적 우위지만…
여 법사위원장 검사 출신인데다
정세균 의장 직권상정 가능성도 희박
법안 본회의 상정이 최대 난관
비박계 등 여당 이탈표 흡수 땐
‘신속처리 안건’ 지정은 가능해
야권 3당이 20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위한 10번째 입법 도전에 나선다. 여소야대 정국과 여당의 분열로, 입법화 조건은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하지만 최대 난관은 야권의 입법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이다. 선진화법에 따라 야권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공수처 입법 시도는 2002년 10월 당시 신기남 의원 등 28명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법안’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의 수사미진이나 내부비리가 터질 때마다 공수처 입법안이 발의되곤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공수처 반대'를 넘지 못하면서, 무려 9번 연속 ‘(국회) 임기만료 폐기’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두었다. 과반에 못 미치는 의석 수에 여당의 물리적 저지도 입법 실패의 이유였다.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 3당은 공동 발의로 10번째 공수처 입법을 추진한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가족채용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서영교 의원을 제외한, 야권 전체 의원 총 165명의 힘을 모으겠다는 뜻이다. 본회의 법안 의결 조건이 ‘재적의원(300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의 과반수 찬성’인 점을 감안하면, 야권 단독으로 공수처 법안 국회 통과는 언뜻 당연해 보인다. 과거 이 정도 ‘숫자’이면 본회의 점거 등 물리력을 통해서라도 법안 통과가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서 2012년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한 ‘국회선진화법’이 등장한다.
선진화법이 여야 합의 없는 다수에 의한 입법화를 금지하면서, 야권은 자연스레 현행 국회법 안에서 전략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국회법은 본회의에 법안 상정하는 방식을 ▦소관 상임위원회의 토론과 의결을 거친 후 상정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등 3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의 경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소관 상임위이다. 그러나 현 법사위원장이 공수처 신설에 반대하는 검사 출신의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고, 여당 간사 역시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이다. 이들이 친정인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시킬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놔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음 방법인 야권 출신인 정세균 의장의 직권상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정 의장이 취임 초반부터 직권상정 카드를 쓸 확률 역시 매우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결국 본회의 상정을 위한 마지막 방안은 공수처 법안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현행 국회법 85조 2항은 ‘안건의 신속처리를 위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체 300명 의원 중 180명이 찬성하거나, 법사위원 17명(여당 7명) 중 11명이 동의하면 공수처 신설 입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올려 처리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야권은 전체 의석 기준으로 새누리당 의원 15명을, 법사위에선 1명을 정치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야권은 본격적인 대여(對與) 설득 작업보다, 8ㆍ9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이 친박 대 비박으로 분열되는 것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최근 비박계의 공수처 찬성 의견이 이어지고 있고, 25일 정진석 원내대표도 “검찰 스스로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소신 발언을 내놓는 등 여당 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주변 여건도 어느 때보다 유리하다.
야권의 단일 공수처 신설 법안은 이르면 이번 주중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당 차원의 공수처 법률 초안을 내놓았고, 국민의당은 26일 공개토론회를 거쳐 최종안을 공개한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