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설립 사흘 앞두고 첫 회담
“합의 성실 이행” 원칙만 재확인
일, 소녀상 성의 표시 요구하는 듯
발족식에 할머니들 동원 의혹
여가부 “참석 여부 확인 전화”
한일 외교장관이 위안부 재단 설립(28일)을 사흘 앞둔 25일 라오스에서 만났지만, 일본이 지난해 약속한 10억엔을 재단에 언제 출연할지에 대해 확정하지 못했다. 양측은 재단 설립 이후 국장급 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을 계획이지만, 재단 설립의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세게 반발하는데다 일본측이 반대급부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해올 가능성도 남아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45분간 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12월 28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 이후 7개월 만의 첫 회담이다.
자연히 관심은 28일 출범하는 위안부 지원재단(화해와 치유재단)에 쏠렸다. 양국 장관은 재단의 원활한 출범과 조속한 사업시행을 위해 지난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나간다는 원칙을 재확인 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일본이 재단에 10억엔을 언제 출연할 지에 대해서는 “재단 설립 이후에 국장급 협의를 열기로 했지만, (출연금의)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일본측도 회담 후 브리핑에서 “위안부 재단의 사업 내용을 비롯해 양국 간에는 조정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10억엔의) 출연금을 낼 타이밍은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 이후 3차례 국장급 협의를 거친 만큼, 한일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10억엔 출연 문제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양측 모두 정확한 출연 시점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기시다 외무상이 일본 우익이 강하게 주장하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측은 추가 국장급 협의를 통해 향후 재단 운영방식은 물론 소녀상에 대한 성의 표시를 우리측으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28일 위안부 재단 발족식에 피해 할머니들을 동원하려 했다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의혹 제기와 관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끌고 갔던)‘일본군’ 같은 짓”이라고 혹평했다. 우 원내대표는 “‘돈을 드리겠다’, ‘식사하자’는 식으로 해서 일부 할머니들을 참석시켜 재단이 정당하다는 식으로 끼워 맞추려는 것 같다”며 “할머니들을 모셔오려고 여가부가 쓴 방식은 매우 졸렬하다”고 비판했다. 여가부는 “할머니들에게 재단 발족식 참석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했을 뿐”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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