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측 “본인 결단만 남았다”
비박계 “친박의 분열 작전” 반발
金 가세 땐 컷오프 적용 불가피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새누리당 대표를 뽑는 8ㆍ9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하면서 당권 경쟁 구도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당장 친박계에서는 비박계 당권장악을 위해 김무성 전 대표가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문무 합작설’에 대해 비박계는 친박계가 김 전 지사를 부추겨 분열을 유도했다는 ‘친박 기획설’을 제기하고 있다. 김 전 지사가 출마를 결심하면 ‘컷 오프(경선배제)’ 적용이 현실화 하는 등 전대 레이스도 혼전이 예상된다.
김 전 지사 측은 25일 전대 출마와 관련해 “(김 전 지사가) 당을 혁신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지사는 앞서 22일 전대 출마 문제를 놓고 측근 30여명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제 본인 결단만 남았다”고 했다. 전대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권 내에서는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가 대권을 포기하고 당권 도전에 나서려는 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 배경을 놓고서도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친박계는 동갑내기이자 15대 국회 입성 동기인 김무성 전 대표가 배후에 있다며 날을 세웠다. 김 전 대표 측은 소문이 확산되자 “최근 김 전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자료까지 냈다. 비박계에서는 오히려 친박계가 김 전 지사의 손을 이끌었다고 의심한다. 김 전 지사가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비박계 정병국ㆍ김용태 의원과 쇄신ㆍ개혁 이미지가 겹치는 데다, 지역적으로는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주호영 의원의 표를 잠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박계 당권 주자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정병국ㆍ주호영ㆍ김용태 의원은 이날 모임을 한 뒤에 “새누리당을 철저하게 고치는 혁신 전대가 돼야 하는데, 혁신 흐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혁신의 흐름을 관철하기 위해 공동으로 뜻을 모으고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안팎에서는 높은 인지도 등을 감안할 때 김 전 지사의 출마가 전대의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김 전 지사가 후보등록을 목전에 두고 뒤늦게 당권 도전에 나서 ‘무임승차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을 넘길 수 있느냐다. 중립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의 명운이 달린 이번 전대를 한 개인의 정치적 재기의 기회쯤으로 여기는 건 아니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김 전 지사가 출마하면 후보 간 단일화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한 당권 주자는 모두 6명으로 컷 오프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 전 지사와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까지 출마할 경우 8명 중 3명을 컷 오프 해야 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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