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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메리카니즘 대 글로벌리즘

입력
2016.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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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외정책은 고립주의(isolationism)와 개입주의(interventionism) 사이를 천천히 오가는 진자운동처럼 전개돼 왔다. 1700년대 후반 독립전쟁 이래 100년 이상은 고립주의 색채가 짙었다. 식민지시대부터 영국과 프랑스 등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국가적 지향이 ‘미국은 유럽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며, 미국에 대한 유럽의 개입도 배제한다’는 전통적 외교기조를 형성했다.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정립한 ‘먼로 교서’는 고립주의 미국외교의 기본원칙이다.

▦ 오랜 고립주의 기조에 일대 변화가 일어난 분수령은 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 중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최대 승전국으로서 국제정치적 위상은 미국을 전후 세계질서의 주도자로 부상시켰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냉전 질서 구축과 중동 개입 등을 통해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ㆍ베트남전 개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도 등은 현대 미국 개입주의 외교정책의 전형을 보여 주는 역사다. 하지만 정작 미국의 개입주의 대외정책이 정점에 이른 건 냉전체제가 종결된 1990년대다.

▦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한 1993년부터 ‘글로벌라이제이션’ 즉 세계화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본격 추진한다. 그때까지 주로 국가 대 국가 차원의 대외 개입주의에서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하나의 단일체제로 보는 글로벌리즘에 입각한 대외정책이었다. 경제가 그런 기조를 이끌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워 각국 시장개방이 추진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규준이 각국 국경을 넘어 글로벌스탠더드로 부상한 것도 그 시기다.

▦ 그때도 보호무역정책이 가동돼 미일 간 ‘자동차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업보다는 금융이 신성장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각국의 자본ㆍ투자시장 개방을 위한 세계화 정책이 전반적으로 우위를 유지한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새 대외정책으로 ‘아메리카니즘’을 선언했다. 개입주의의 진화형이 글로벌리즘이라면, 아메리카니즘은 고립주의로의 회귀다. G2로 부상한 중국과의 무역 역조,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미국 제조업 부활 같은 경제문제가 새삼 아메리카니즘이라는 이름의 보호무역주의 득세를 예고하고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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