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경 대한파킨슨병협회 회장
며칠 전 비보를 접했다. 파킨슨병 환우가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불과?1주일 전 환우 모임에서 빙그레 웃던 모습이 생생한데 황망하기만 했다. 협회 일을 하다 보면 환우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한다. 특히 환우는 물론 하루 종일 간병에 매달려는 가족들의 삶까지 삐걱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신경세포의 손실로 운동을 제어하는 뇌 기능에 영향을 줘 서서히 나빠지는 병이다. 단순히 손발이 좀 떨리는 증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래 병을 앓아 말기가 되면 온몸의 운동기능에 이상이 와 거동조차 못한다. 음식도 삼키지 못하고 호흡도 못해 사망하는 사례들도 봤다.
병 초기엔 도파민 성분의 약물치료로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병이 진행돼 신경세포가 줄면 약 흡수가 안돼 효과가 떨어진다. 문제는 약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말기?중증 파킨슨병 환우를 위한 치료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뇌를 자극해 운동 기능 이상을 개선하는 심부뇌자극술이 있다.?하지만 일부 수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칠 전 협회장을 지냈던 분이 이 수술을 받다 출혈로 중환자실로 이송됐다가 다행히 지금은 회복 중이다.
다행히도 먹는 약이 듣지 않고 심부뇌자극술도 받을 수 없는 중증 파킨슨병 환우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소장관에 튜브를 연결하고 도파민 약물을 휴대용 펌프로 직접 주입해 위장 통과 시간을 줄이고, 일정 농도의 도파민 성분을 혈중에 유지해주는 치료법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일부 소수의 선택 받은 중증 환우가 이 약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덕분에 운동 제어가 안돼 넘어지고 부딪혀 생명을 위협받던 환자와 네 발로 기어야 했던 환우가 다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올해 말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국내 공급이 불투명해 환우들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현재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17조 원에 달해 최근 정부가 보장성 확대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 공약이었던 4대 중증질환 관련 중증 파킨슨병과 같은 희귀난치성질환 지원책은 없었다. 한정된 재정으로 골고루 혜택을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하지만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제를 두고도 돈 때문에 치료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도 중증 파킨슨병 환우들은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고통과 절망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가족들에게 주는 부담으로 자괴감 속에 살고 있다. 새 치료법에 보험이 적용돼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매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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