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등에 밀려 벼랑 끝에 몰린 야후의 인터넷 사업이 결국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의 품에 안긴다.
25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는 야후의 핵심인 인터넷 포털 사업을 48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인수한다. 포털뿐 아니라 검색, 메일, 메신저 서비스 등도 인수 내역에 포함됐다.
버라이즌은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약 33%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통신시장 성장이 둔화하면서 기업들이 통신 이외 분야에서 수익원을 찾는 추세인데, 버라이즌은 동영상 서비스와 온라인 광고를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검색, 메일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 업체 AOL을 44억달러(약 5조41억원)에 사들였다.
버라이즌은 야후의 인터넷 사업까지 거머쥐면서 AOL과 야후의 플랫폼 및 가입자를 기반으로 주력 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야후가 여전히 10억여 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만큼 버라이즌의 모바일 경쟁력과 결합하면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4년 설립된 야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 업계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후발주자인 구글, 페이스북 등에 밀려 추락했다. 국내에서도 한때 1등 포털이었으나 네이버, 다음 등 토종 서비스에 자리를 내준 뒤 2012년 철수했다. 이 때문에 2000년 1월 1,250억달러(약 142조원)로 정점을 찍었던 야후의 기업 가치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373억달러(약 42조원)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이번 인터넷 사업 매각으로 야후는 과거에 투자한 중국 알리바바와 야후 재팬 지분만을 보유한 사실상의 투자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한편 2012년 야후를 부활시키겠다며 구글에서 합류한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 사업 매각 이후 회사를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가 받게 될 퇴직금만 5,700만달러(648억원)에 달해, 이번 매각의 숨은 승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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