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총수 일가 중 처음
신영자(74) 롯데재단 이사장이 백화점ㆍ면세점 사업을 하며 수십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다. 검찰이 롯데그룹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후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기소되는 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26일 오전 배임수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신 이사장을 기소한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초밥체인 운영업체 G사, 화장품 업체 등으로부터 롯데면세점ㆍ백화점 입점 및 편의 제공 청탁과 함께 30여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아들 명의의 명품 유통회사 BNF통상에 자신의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기재하고 급여 명목으로 4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적용됐다.
신 이사장의 범행은 정 전 대표의 전방위 로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혔다. 군대 내 PX에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정 전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브로커 한영철(58)씨를 조사하던 검찰은 신 이사장이 정 전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대가로 15억원 상당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았다.
검찰은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쇼핑, 대홍기획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호텔롯데 등 핵심 계열사의 등기이사인 신 이사장이 롯데 자산의 부당거래 및 비자금 조성 과정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 후 본인 혐의 외에도 그룹 차원의 비리 연루 의혹에도 초점을 맞춰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 7일 구속된 신 이사장은 자신의 혐의 일체를 부인하며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자료와 관계자 진술을 제시해도 짜증을 내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은 롯데의 백화점사업 등을 이끌다 2012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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