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봉산초등학교 학교 급식 부실 사태는 조리종사원과 영양교사간 갈등, 이를 방치한 학교장 등 관리자 무신경,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의 관리부실이 빚어낸 합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와 시민단체, 교육청 직원 등으로 구성된 봉산초 학교급식 진상조사위원회는 25일 대전시교육청에서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부실급식이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고 밝히고, 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진상조사위는 교육청의 비협조 등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통해 봉산초등학교의 급식재료 납품가격이 높았으며, 일부 식재료는 유통기한에 근접한 것들을 납품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봉산초 ‘부실급식’ 물의)
진상조사위는 무작위로 선정한 18개 품목 중 14개 품목이 다른 업체보다 비쌌고, 일부 품목은 타사 제품보다 89%나 비싼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식재료도 24개월 유통기한 중 4개월정도 남은 상태에서 납품을 받았으며, 학생들을 위한 추가 배식대가 교원배식대로 전환되면서 밥을 더 먹고 싶은 학생들이 교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납품서류와 식재료 검수서의 신뢰성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제품단위가 통단위인 물품의 경우 식재료 등 납품서에 2.93개 등으로 표시되어 있고, 잡곡류 등은 매일 들어오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학부모들이 모니터링 한 결과 1주일에 한번 들어오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급식실의 위생불량에 대한 감독기관의 관리부실도 드러났다. 서부교육지원청의 점검 결과, 조리실 등에서 기준치 이상 세균이 검출되었지만 교육청은 관리책임이 있는 영양교사와 교장 등에 대한 조치에 미흡했다고 진장조사위는 밝혔다. 특히 급식실 위생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현장을 보존해야 했지만 서부교육지원청은 진상조사 시작 전에 급식실 대청소를 실시해 증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배식과정에서 조리종사원들의 학생에 대한 폭언이 확인돼 이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는 부실급식 차단을 위해서는 최저가 입찰제 등 납품제도에 대한 재검토와 학교급식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는 학교급식위원회의 실질적인 가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급식실 위생문제 해결을 위해 위생점검 평가점수에 따른 조치를 현실화하고 학교장의 관리권한과 책임성 강화, 학부모들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한 매뉴얼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급식실내 영양교사와 조리종사원간 갈등을 인정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부실급식 사태가 불거지고 교육감과 면담 후 17일이 지나서 위원회가 늑장 구성되었고, ▦진상조사 전 관련자 전보조치로 사실 확인 곤란 ▦일부 교육청 소속 진상조사위원들의 소극적인 태도 ▦자료 열람 제한 등으로 진상조사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교육청 특별감사반이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건희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여러가지 한계로 관련자들의 개인적 이익 취득 가능성 등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가능성까지 부정하지는 못하겠다”며 “교육청의 특별감사 등을 살펴본 후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사법기관에 수사의뢰 등을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의 발표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은 납품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고 부정이 있을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도록 하고 학부모 모니터링 강화, 급식실 종사자의 순환근무제 도입, 급식위원회 활성화 등 대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진상조사 및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해 엄중 조치하여 부실급식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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