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체 미사일방어(MD) 시스템으로 미사일 요격실험에 성공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를 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해 보복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봉황망(鳳凰網) 등에 따르면 중국중앙(CC)TV는 전날 메인뉴스에서 2010년 1월 11일과 2013년 1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이 ‘지상배치 중간단계 미사일방어’(GMD) 체계를 동원해 요격실험에 성공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방송은 서북지역 모 기지의 연구원인 미사일 실험 전문가 천더밍(陳德明)이 30년 가까이 연구에 매진한 끝에 2010년 자국의 첫 MD 요격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또 천더밍이 첫 실험 성공 이후 3년간의 노력을 거쳐 2번째 실험 성공도 주도했다고 전했다. 방송 화면에는 천더밍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친 뒤 요격미사일이 하늘로 치솟아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장면이 담겼다.
이를 두고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관찰자망(觀察者網) 등 다른 중국 언론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임박한 가운데 중국이 이례적으로 미사일 전문가의 존재를 강조하고 미사일 요격실험 장면을 공개했다”며 사드와의 연관성을 부각시켰다. 이번 요격실험 공개가 경우에 따라선 군사ㆍ안보분야에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실제 중국 측에선 이미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간접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최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가 대구시의 치맥 페스티벌 불참을 통보하는 등 지방 차원의 문화ㆍ관광분야 교류에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9월에 있을 삼성SDI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인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쓰촨(四川)성 청두(成都)重慶)시를 찾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우려된다”고 실토한 게 과장이 아닌 셈이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자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하기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을 찾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최근 한국의 행위는 쌍방의 신뢰에 손해를 끼쳤다”며 유감을 표한 뒤 “한국이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할지 들어보려고 한다”며 노골적으로 사드 배치 중단을 공개 요구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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