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현/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현대 골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 전설 고(故) 벤 호건은 "골프는 어느 스포츠보다 감정 처리가 중요하다. 감정 처리 방법을 배우지 않고선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GA 최고의 선수 잭 니클라우스(76)는 "골프는 50%가 멘탈, 40%가 셋업, 나머지 10%가 스윙이다"고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도 멘탈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24일 끝난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우승자 이승현(25ㆍNH투자증권) 역시 2년 2개월 만에 우승한 비결 중 하나로 '멘탈'을 꼽았다. 그는 우승 후 "요즘 들어 '골프는 기술이 다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 오래 전부터 심리 훈련을 받긴 했지만 요즘 들어 더 많이 배우고 활용해보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그게 쌓여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다. 요즘은 루틴처럼 심리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현은 심호흡법, 이미지 트레이닝, 긍정적인 혼잣말하기 등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현뿐 만이 아니다. 조정민(22ㆍ문영그룹)은 5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멘탈 지도 선생님과 함께 꾸준히 테스트하고 있다"며 "지금까진 결과가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조정민은 멘탈 훈련 덕분에 3월 더 달랏 at 1200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김해림이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른 데에도 멘탈 훈련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겨울전지훈련 3개월간 멘탈 코치와 함께 집중적인 멘탈 훈련을 받았다. 그가 배운 방식은 '18홀 경기를 3홀씩 끊어 6경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기를 길게 보지 않고 짧게 보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멘탈 훈련을 받진 않고 있지만, 박성현(23ㆍ넵스) 또한 '멘탈'의 중요성을 잘 아는 선수다. 올 시즌 4승을 거둔 그는 '경험'을 통해 멘탈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챔피언조에서 자주 경기를 치르다 보면 판단력, 집중력 등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만 세 차례를 기록한 배선우(22ㆍ삼천리)가 올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었던 것도 '멘탈의 힘'이다. 배선우는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후 "골프는 멘탈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특히 퍼트할 때가 그런 것 같다. 자신 있게 경기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장암을 극복하고 이달 초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우뚝 선 이민영(24ㆍ한화) 역시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이에 대해 프로 관리와 티칭을 맡고 있는 김진형(31) 썬힐 컨트리클럽 헤드 프로는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골프에서 언급되는 '멘탈'은 단순히 긍정적인 믿음과 같이 큰 개념이 아니다. 순간 집중력, 상황 판단력, 샷 실수 후 정신력 등 보다 구체적인 부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08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입회해 수많은 실전 경험을 갖추고 있는 김 프로는 "일부 멘탈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스코어를 낼 때 역으로 생각하라'는 주문을 한다. 즉 티샷, 세컨드샷 등 순서대로 생각하기보단 그린에서부터 역으로 코스 매니지먼트를 떠올리도록 한다. 멘탈 훈련은 선수의 본질적인 성향을 바꾸거나 가다듬는 훈련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경기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멘탈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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