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미국 민주당ㆍ공화당의 전당대회는 개최 지역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안겨줍니다.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각당 대의원과 취재진을 합치면 최소 1만5,000명, 일반 관람객이나 시위를 위해 찾는 사람까지 합하면 최대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회 기간 중 평소의 3, 4배로 치솟는 호텔비 등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1,000달러는 써야 하는 만큼 1,500만~5,000만달러의 지역경제 효과가 생기는 셈이죠.
그래서일까요. 지난 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와 이번 주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 민주당 전당대회 모두 공식 취재진들에게 가벼운 선물을 나눠줬습니다. 3개월 전 신청한 전당대회 출입증을 수령하러 갔더니, 공화당(17일)과 민주당(24일) 관계자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선물 가방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더군요. 가방 속에 조그만 선물과 함께 그 지역 관광 안내책자와 음식점 할인 쿠폰을 발견하고는 신신 당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24일 필라델피아에서 민주당의 선물 가방을 받아 들고 정확히 일주일전 공화당이 나눠준 선물 가방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보수 성향의 부자들이 지지기반인 공화당이 좀 더 괜찮은 선물을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비교하니 정반대였습니다.
일단 선물 가방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종류부터 민주당이 많았습니다. 물병, 물통, 조립식완구, 우비, 부채 등 10가지에 달했습니다. 공화당은 우산, 우비, USB 연결단자, 물수건 등 6가지에 머물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의 후보로 떠오른 뒤 전당대회 후원기업이 그만큼 줄어 들고, 후원액수도 크지 않았다는 증거인 것입니다.
민주당과 비교되는 공화당의 선물가방을 보고, 데이빗 길버트 공화당 전대 조직위원장이 “6,400만달러(740억원) 이상의 후원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소 650만달러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선물가방의 더욱 큰 차이는 내용물 수준의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공화당의 자가당착(自家撞着)이 확인된 것입니다.
‘아메리카 퍼스트’, ‘아메리카니즘’ 등 미국 일방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는 중국에 대한 보복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그룹과 트럼프의 장녀 이반카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제품이 중국제라는 게 들통나 망신을 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다시 망신을 사게 됐습니다. 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정강정책을 내놓은 전당대회의 핵심 선물인 우산이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표시가 뚜렷한 중국제였기 때문입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품질 대비 원가가 가장 싼 걸 고르다 보니 중국제를 선택하면서, 공화당과 트럼프의 모순적 행태가 새로 드러난 것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물병, 물통, 완구 모두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를 선택했습니다. 필라델피아=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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