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있던 윷가락이 갑자기 뒤집어졌다.”
윷놀이 도박에 나섰던 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내용이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바닥에 전선뭉치를 깔고 윷가락에 소형자석을 넣어 사기 윷놀이 행각을 벌인 일당을 적발했다.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5일 사기 혐의로 김모(63)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6월 사이 경남 거제시 고현동의 한 폐차장 부지에 조립식 건물을 짓고 사기 윷놀이판을 벌여 8명에게서 1억원 상당의 판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이들은 조립식 건물을 짓고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기 전 깊이 3~5㎝ 지점에 전선 60~70가닥을 꼬아서 만든 원형의 전선뭉치(지름 90㎝)를 묻었다. 직접 만든 길이 2㎝ 가량의 나무 윷가락은 속을 파내 직경 0.3㎝의 소형 자석을 넣었다. 리모컨으로 바닥의 전선뭉치에 전류를 흘리면 N극, S극으로 작동, 윷가락이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윷놀이 도박에는 한판에 많게는 500만원 정도의 판돈이 걸렸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이들의 사기극은 가만히 있던 윷가락이 갑자기 뒤집어지면서 탄로났다.
이를 발견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그는 경찰에서 “내가 다 이긴 게임이었는데 상대방이 모와 윷을 연달아 낸 것이 이상했다”며 “그러다가 땅에 떨어진 윷가락이 갑자기 뒤집어졌다”고 진술했다. 윷가락이 땅에 떨어지기 전 전류를 흘려야 하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춘 것이다.
경찰은 이들의 공범과 과거 발생한 유사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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