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화 시절 유창식.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물지 말아야 할 미끼를 덥석 물었다. 영화 '곡성'의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라는 대사처럼 검은 유혹에 빠져 자멸의 길을 스스로 택했다.
2012년 박현준과 김성현(이상 당시 LG)에 의해 처음 불거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올해 4년 만에 다시 터졌다. 지난 21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이태양(23ㆍNC)을 비롯해 함께 개입한 문우람(24ㆍ상무ㆍ전 넥센), 그리고 24일 승부조작 사실을 자수한 유창식(24ㆍKIA)까지 벌써 3명이 나왔다.
이번 파문은 2012년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각 구단은 자체 조사를 통해 "우리 팀에는 승부조작 가담 선수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야구계는 유창식의 자진신고 후 또 다른 승부조작 연루자가 드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선수들이 승부조작의 덫에 쉽게 빠지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한 야구 관계자는 "우리나라 고교 야구 팀은 얼마 안 되고, 50여 개 팀 중 잘 하는 프로 선수를 많이 배출한 팀은 더 적다"며 "따라서 선후배간의 관계가 밀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팔도에서 모인 프로 선수들인 만큼 원정 경기를 가면 아무래도 홈 경기 때보다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고향의 흔히 말하는 '아는 형님'들과 자리를 갖는다"면서 "혈기왕성한 어린 선수들이라면 유흥 쪽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흔들리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아는 형님은 선수들에게 향응을 제공해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문다. 또 재력이 있는 지인을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일종의 스폰서 개념"이라며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선수들은 마음을 놓게 된다. 이 때 불법 베팅 브로커로 돌변한 '아는 형님'이 장난식으로 '이거(승부조작) 한 번 해보자. 우리만 알 수 있다. 절대 걸릴 일이 없다'고 유혹하면 선수들은 그대로 믿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브로커들의 주요 표적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들이다. 이태양은 22세이던 지난해 경기에서 4차례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유창식 역시 한화 시절이던 2014시즌 22세의 나이 때 조작에 가담했다. 4년 전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을 당한 박현준도 당시 26세, 김성현이 23세에 불과했다.
이들 나이 때는 남들처럼 좋은 차를 타고 싶고, 호화 데이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데 연봉은 높은 편이 아니라 돈이 궁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순간에 목돈을 챙길 수 있는 유혹에 쉽게 흔들린다. 또 나이가 어린 탓에 도덕 불감증도 있다.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일이 크게 잘못된 건지를 인지하지 못 한 채 범죄에 빠져들게 된다.
더구나 야수에 비해 투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마음 먹은 대로 조작에 가담할 수 있다. 조작을 위해 고의로 볼을 던진다고 해도 주변에서 볼 때는 제구가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큰 망설임 없이 승부조작 블랙홀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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