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3년 음력 6월 초순 원나라 경원항을 출발한 배가 한 척 있었다. 일본 하카타로 향하던 그 배는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바다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배가 다시 사람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650여년이 지난 1975년 8월.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가 도자기 6점을 그물로 건져 올려 그 중 ‘청자꽃병’ 한 점을 신안군청에 신고한다. 놀랍게도 원(元ㆍ1271~1368)대 용천요(龍泉窯)에서 만든 청자였다. 신안해저선 조사의 시작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26일부터 9월 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안해저선에 실렸던 도자기, 금속기, 차단목, 동전, 칠기, 유리제품 등 2만여 점과 약 1톤의 동전이 선보인다. 신안해저선에서 건져 올린 문화재들은 명품 위주 전시로 여러 차례 공개됐으나, 그간 소개된 것은 전체의 5% 정도인 1,000여 점에 불과했다. 이번 전시는 신안해저선의 전모를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도록 전시 가능한 모든 문화재를 한 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사상 가장 많은 수량이다.
고려청자 7점도 함께 발굴돼 동아시아 도자 교류를 밝히는 자료가 된 것은 물론이고 각종 유물은 14세기 동아시아의 경제적ㆍ문화적 교류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역사적ㆍ학술적 가치가 높다. 신안해저선 문화재 수습은 국내 수중고고학의 효시로 그 경험과 성과가 이후 수많은 수중문화재 조사의 바탕이 됐다.
이번 특별전은 ▦1부 ‘신안해저선의 문화기호 읽기’ ▦2부 ‘14세기 최대의 무역선’ ▦3부 ‘보물창고가 열리다’ 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복고풍의 그릇들과 차(茶), 향, 꽃꽂이 등과 관련된 물품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중국적 취향과 그에 따라 일본 상류층이 향유했던 문화, 나아가 고려에 존재했던 비슷한 문화적 취향까지 살필 수 있다.
2부는 신안해저선이 닻을 올렸던 중국 중심으로 이뤄진 교역 활동과 함께 신안해저선 선원과 승객들의 선상 생활을 살펴본다.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부에서는 도자기, 동전, 금속품, 향신료 등을 묶어 소개한다. 일부는 발굴 당시 상황을 재현해 신안해저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가 끝나면 내용과 수량을 조정해 국립광주박물관에서 10월 25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02)2077-9000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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