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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자아 성찰

입력
2016.07.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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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는 물질주의자인가 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면 늘 물질로 대체하곤 한다. 그걸 마음으로 대신하는 데는 오해와 위험이 따른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 때도, 그 복잡다단한 감정을 한 쾌에 해결할 수 있는 것 역시 물질뿐이라는 듯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 고심한다. 내가 물질주의자가 아니라면 상대방을 물질주의자라고 믿는 듯한 태도이다. 한편 내가 다른 사람에게 받은 물질은 곧바로 정신적 부담이 된다. 준 사람에겐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되돌려줘야 할 것 같고, 주고받는 과정이 힘들면 개운하지가 않다. 혼자 머릿속이 복잡한 나는 “제발 내게 뭘 주지 마!”라고 외치기도 한다. 우리 집에 오겠다는 사람에게 ‘빈손으로 올 것’을 당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처럼 물질주의자는 물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 정작 나 자신이 어딘가에 빈손으로 갈 때에도 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무례함으로 인해 10년 이상 외면하며 살아온 이웃사람이 있다. 그가 얼마 전 사과의 뜻으로 내게 준 것은, 직접 심어 거둔 풋고추 여섯 개였다. 그 며칠 뒤 나는 굵은 감자가 가득 담긴 쇼핑백과 꿀 한 통을 들고 그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골목에서 고춧대를 세우던 그는 내가 내미는 것을 보고 적잖게 놀라는 눈치였다. 그때도 나의 이성이 그쯤에서 멈추라고 하는 경고를 들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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