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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신축빌라 빈집털이.. 주방설비 700개 훔쳐 모셔두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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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신축빌라 빈집털이.. 주방설비 700개 훔쳐 모셔두기만

입력
2016.07.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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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을 하던 박모(59)씨는 10년 전 불황으로 가게 문을 닫았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많은 나이 탓인지 취업은 쉽지 않았다.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날이 길어지면서 17만원짜리 옥탑방 월세도 밀리기 일쑤였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박씨는 2010년 결국 범죄에 손을 대기로 했다. 그의 눈에 띈 먹잇감은 완공을 앞둔 서울 화곡동의 한 신축빌라. 경비원이나 폐쇄회로(CC)TV가 없어 범행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그 해 6월 어느 날 새벽 빌라에 몰래 침입한 박씨는 유독 가스레인지만 공략했다. 세대를 돌며 미리 설치된 가스레인지 9대와 후드 9대 등 360만원어치를 떼어 달아났다. 10년 넘게 싱크대ㆍ가스레인지 설치 업체를 운영해 왔던 박씨에게 해체 작업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 없었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면서 박씨는 점차 대담해졌고 범행은 6년 가까이 지속됐다. 이달 13일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서울 강서ㆍ양천구 일대 신축 공사현장 등을 돌며 박씨가 훔친 물품은 700여개, 1억1,200만원에 달했다. 이 중 가스레인지가 180여개, 가스 후드 100여개, 수도꼭지 200여개 등 주방설비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홀로 손수레를 끌고 가 훔친 물건을 자신이 살고 있는 방화동 옥탑방으로 날랐다. 물품 부피가 커 하루에도 몇 차례나 범행 현장을 오가야 했다.

하지만 박씨의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가슴 졸이며 절도한 물건을 팔기는 더 어려웠다. 박씨가 지금껏 현금화한 장물은 한 제작업체에 판매한 490만원 상당 싱크대가 유일했다. 그는 장물로 의심을 살까 봐 지방에 내다 팔려 했지만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했고 훔친 물건들은 옥탑방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박씨의 범행은 지난 8일 강서구 한 공사현장에서 절도하는 장면이 인근 CCTV에 찍히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를 옥탑방 앞에서 체포할 당시 옥탑방 앞 마당은 수북이 쌓인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며 “너무나 확실한 증거 때문인지 박씨는 저항도 안하고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박씨를 구속해 22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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