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행자 사고 매년 증가세
영동대교 북단 강변북로에 있던
20대 대학생 車에 치여 사망사고
“뚝섬유원지 통해 쉽게 진입 가능”
2. 접근방지 안전시설 미비
남부순환로 등 11개 車전용도로
보행자가 접근 쉬운 구간 많지만
서울시 “예산 문제로 설치 어려워”
지난 19일 오전 2시20분쯤 서울 강변북로 구리방향 영동대교 북단 지점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대학생 박모(21ㆍ여)씨. 조사 결과 운전자 최모(32)씨는 도로에 있던 박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차량 속도를 줄이지 않고 운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가 숨져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우나 경북 안동에서 상경해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박씨가 사고지점 인근에 위치한 뚝섬유원지를 통해 강변북로로 올라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박씨가 변을 당한 장소는 ‘자동차전용도로’였다. 24일 사고 현장을 둘러본 결과, 뚝섬유원지 주차장을 빠져 나와 2차선 도로를 한 번 건너자 강변북로에 합류하는 도로가 나타났다. 다시 1분 정도 비탈진 길을 오르면 곧바로 강변북로 진입도 가능했다.
그러나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하기 전까지 보행자 위험을 알리는 표식이나 횡단보도 같은 시설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진 안내, 이륜차 진입 금지 등 차량통행 방법을 규정한 표지판만 눈에 띌 뿐이었다. 합류 도로에도 1m 간격으로 차량 운전자에게 길 안내를 하는 차선규제봉과 허리 높이의 가드레일이 설치된 게 전부였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보행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전용도로는 일반도로와 달리 고속 차량들이 많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지만 보행자 접근을 막는 시설물과 주의를 요구하는 안전표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자동차전용도로 중에는 안전시설 설치는커녕 보행자 통행을 방치하거나 심지어 유도하는 구간도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기리기 위해 북단에 조성된 희생자 추모 위령비의 경우 2005년 성수대교와 강변북로 사이에 도로가 신설되면서 길이 끊겨 무단횡단 등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실질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수동에 사는 회사원 윤모(38)씨는 “여름 밤에 뚝섬유원지에 가면 만취한 시민들이 강변북로 합류 지점까지 갈지(之)자 보행을 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아파트ㆍ상가 건물과 맞닿아 있는 강변북로 일산방향 원효대교와 서강대교 사이 도로를 비롯해 남부순환도로 등 서울 시내 11개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보행자 접근이 용이한 구간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실제 자동차전용도로 보행자 사고는 2013년 21건, 2014년 29건이 발생해 이 중 7명이 숨질 정도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자동차전용도로를 관리ㆍ감독하는 서울시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안전시설물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 도로시정과 관계자는 “서울 시내 자동차전용도로 165㎞ 구간을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해 관리하다 보니 촘촘한 점검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단속반 투입이나 시설물 설치도 인력과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야 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통문제 전문가들은 보행자 안전에 대한 책임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만큼 적극적인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보행자들이 먼저 교통질서를 준수해야 하나 도로 여건 자체가 사고를 유발하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면 이를 제거할 의무는 관리 주체에 있다”며 “단순히 경각심만 상기시키는 표지판 설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교통 상황에 맞는 다양한 안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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