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7월 2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랜디 포시(Randolph “Randy” Pausch, 1960~2008)는 2006년 9월 췌장암에 걸렸다. 절제수술을 받았지만 이듬해 8월 암은 재발했고, 의사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3~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07년 9월 18일 카네기멜론대 대형 강의실에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마지막 강의’를 펼쳤다. 강의 제목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는 방법 Really Achieving Your Childhood Dreams’이었다.
유년의 꿈 목록- 무중력 체험하기, NFL무대에 서기, 월드백과사전 한 항목 집필하기, 스타트랙 커크 선장 만나기 등등-과 색 바랜 사진들을 슬라이드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강의를 시작한 그는 그 꿈들을 위해 노력하고 좌절하고 성취해온 과정에서 얻은 교훈들을 이야기했다. “자유란 잃을 것이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입니다.” “진정한 경험은 당신이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얻어집니다.” “장벽은 어린 시절의 꿈에 더 이상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우리를 구분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등등.
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시종 그의 표정에서 떠나지 않던 편안하고 익살맞은 미소와 유쾌한 농담이었다. 길든 짧든 삶을 진지하게 살아낸 뒤 죽음을 마주할 때 지닐 것 같은 기품과 여유가 그 미소와 농담을 통해, 마지막 강의로 완성되는 듯했다. 그의 전공은 컴퓨터 가상현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월트 디즈니사의 오락과 각급 학교의 오락학습(Edutainment) 등에 접목시키며 업적을 이루었다. 강의에서 그는 자신의 성취를 도운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며, 타인의 꿈을 돕는 일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는 강의 이후 췌장암 연구 기금 확충 캠페인 등에 가담하며 활발히 활동했고, 한국계 NFL 선수 하인스 워드의 초대로 이루지 못한 꿈 가운데 하나였던 NLF 무대에도 섰다. 그의 마지막 강의 내용은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와의 공저로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한국어를 비롯 4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2008년 7월 25일, 48세의 그가 별세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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