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마다 기능ㆍ디자인 차별화
BMW, 2.2인치 터치 스크린 통해
주행가능 거리 등 정보 확인 가능
현대차, 카드 형태 스마트 키 선봬
기능 많아질수록 해킹 위험 노출
“철저한 암호화 등 보안 신경써야”
열쇠를 꽂고 돌리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 키’는 1998년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세단 S클래스 W220 모델에서 첫 선을 보였다. 버튼으로 문을 여닫고 열쇠 없이 시동을 거는 편리함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렉서스와 아우디도 잇따라 스마트 키를 선보이며 고급차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4년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기아자동차가 오피러스에 처음 적용한 후 최근엔 스파크 같은 경차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됐다. 각 업체마다 개성 있는 기능과 차별화한 디자인을 내 놓으며 스마트 키의 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스마트 키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여주고 있는 업체는 BMW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대형 세단 7시리즈와 스포츠카 i8의 스마트 키에는 2.2인치 크기의 액정표시장치(LCD) 터치 스크린도 있다. 터치 스크린을 옆으로 넘기면서 차 문 개폐 여부ㆍ주행 가능 거리ㆍ엔진 오일 잔량 등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출발 시간에 맞춰 실내 온도를 설정하는 등 스마트폰 못지 않은 기능도 뽐내고 있다. 국내에는 주파수 할당 문제 등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장난감 차를 조종하듯 스마트 키로 원격 주차도 가능하다. 스크린이 붙어 있어 성인 남성 손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큰 크기도 이 스마트키의 특징이다.
음주 운전을 예방하는 스마트 키도 곧 나올 전망이다. 혼다는 히타치와 함께 음주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키 시제품을 개발했다. 운전자가 스마트 키에 대고 3초 가량 숨을 불어넣으면 내장된 센서가 날숨에 포함된 알코올 성분을 분석해 운전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알코올 수치가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 나타나게 되고 적정 수치를 넘어서면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방식이다.
운전자의 정보를 고스란히 기억해 최적화한 운전 환경을 만들어주는 똑똑한 기능도 있다. 볼보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올 뉴 XC90의 스마트키는 미리 입력된 운전자 정보를 토대로 차량 내부 상태를 변화시킨다. 선호하는 라디오 채널, 내비게이션의 자주 찾는 목적지, 실내 무드등의 색깔 등 평소 운전자의 습관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두 개의 스마트 키가 제공돼 두 명의 운전자가 자신만의 차량 상태를 각각 만들 수 있다. 포드는 운전이 미숙한 이들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한 속도와 오디오 볼륨 최대치 등을 사전에 스마트 키로 설정할 수 있게 했다.
특별한 기능은 없어도 스마트 키 디자인만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테슬라의 중형 전기차 ‘모델S’ 스마트 키는 실제 차의 모양을 그대로 본 따 한눈에 테슬라 차량 소유주라는 걸 알게 해준다. 포르쉐 역시 자사 차량을 그대로 축소한 디자인의 스마트 키를 제공한다.
국내 업체 중 르노삼성자동차는 2004년부터 스마트 키를 얇은 카드 형태로 제작해 전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카드 형태는 주머니 속에 넣어도 표가 나지 않고 지갑 속에도 넣을 수 있어 휴대성이 높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기아차 K9도 스마트 키를 카드 형태로 만든다.
스마트 키의 기능이 다양해질수록 해킹 위험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3월 독일자동차운전자협회(ADAC)가 아우디 BMW 포드 혼다 현대차 등 세계 19개 주요 자동차 업체 24개 차량의 스마트 키를 해킹한 결과, 전 차량의 차 문 잠금 해제와 시동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보자동차의 경우 내년부터 일부 모델의 스마트 키를 모바일 소프트웨어(앱)로 대체하려는 등 일부 업체들이 스마트 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해킹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스마트 키는 점점 스마트폰처럼 운전자와 차에 관한 정보 등이 집약되고 있다”며 “해킹 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암호화 등으로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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