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1ℓ크기 상자 세는 방식
국내선 골프백 개수 앞세우기도
‘국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 최대인 427ℓ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고,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 용량이 1,425ℓ로 증가한다.’
기아자동차 ‘니로’의 상품설명 중 일부입니다. 요즘 완성차 업체들은 이런 식으로 신차 홍보를 많이 합니다. 그만큼 자동차 선택 시 트렁크 용량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어린 자녀가 있어 유모차 등을 실어야 하는 고객에게는 더욱 더 중요하죠.
트렁크 용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유럽식(VDA 방식)과 미국식(SAE 방식)으로 구분하는데, 둘 다 어렵지 않습니다.
유럽식은 동일한 1ℓ의 크기의 상자를 트렁크에 넣어서 개수를 세는 겁니다. 200개가 들어가면 200ℓ가 되겠죠. 미국식은 최소 6ℓ에서 최대 67ℓ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상자를 조합해 최종적으로 들어간 개수로 용량을 계산합니다. 다만 상자 크기 별로 사용할 수 있는 개수가 제한돼 무조건 작은 것만 많이 넣는 식으로 측정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식은 차종 별로도 측정 방법에 차이가 있어 레저용 차량(RV)의 경우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의 가로 세로 높이 등 제원을 활용해 부피를 계산합니다.
RV는 뒷좌석을 세웠을 때와 완전히 눕혔을 때 적재 용량의 차이가 커 완성차 업체들은 두 경우를 모두 측정해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두 가지 방식을 보면 아무래도 동일한 크기의 상자 개수를 세는 유럽식이 측정하기 쉽고, 업체 입장에서는 보다 큰 용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는 특정 방식을 준수하라는 규정이 없어 각 업체들이 알아서 측정한 뒤 제품설명서에 표기합니다.
이밖에 미국 최대 소비자 전문매체인 컨슈머리포트는 여행용 캐리어와 더블백(원통형 큰 가방)이 들어가는 개수로 트렁크 용량을 따집니다. 국내에서도 소비자들 피부에 와 닿게 골프백이나 보스턴백(바닥이 직시각형인 여행용 손가방) 개수를 앞세우기도 합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월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하며 “동급에서 유일하게 골프백을 3개까지 실을 수 있다”며 경쟁 차량과의 차이점을 강조했습니다.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상위 세단 ‘EQ900’에는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자료 협조:현대ㆍ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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