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를 입은 남편을 돌보려 입국한 파키스탄 여성에게 체류기간을 연장해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파키스탄인 M씨가 인천출입국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기간 연장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남편에게 보살핌이 필요한데도 단기비자를 발급해준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M씨의 남편이 국내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왼쪽 팔 일부를 잃고 재발성 우울증을 겪었다”며 “남편의 체류기간 중 동거하면서 그 스트레스를 극복ㆍ완화할 방법을 함께 모색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M씨의 남편은 귀화시험에 한 차례 불참했을 뿐 여전히 1회 응시 기회가 남아있고, 체류기간도 10개월 정도 남아 귀화가 어렵다고만 볼 수도 없다”며 “남편의 체류기간에 상응하게 체류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불법 체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씨의 남편은 2006년 입국해 공장에서 일하던 중 톱밥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 왼팔 절반을 잃고 심한 통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M씨는 2012년 파키스탄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그의 남편은 이듬해 한국에 귀화신청을 했다. M씨는 남편을 보살피기 위해 2013년 90일짜리 단기비자로 입국한 뒤 출입국사무소에 국적신청자에게 주는 2년짜리 방문동거(F-1) 자격으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는 실태조사를 거쳐 “M씨의 남편이 혼자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중하지 않고, M씨가 취업할 수 없는 비자로 집에서 부업을 하고 있었다”며 비자 변경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1ㆍ2심은 “M씨의 남편이 귀화요건을 갖추지 못해, 이를 전제로 비자변경을 신청한 M씨에게 체류기간을 연장해줄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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