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지만 딱히 어딘지는 모르겠다. 옆집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바짝 붙어 있는 한 집을 제외하면 이 집을 둘러싼 모든 집이 비어 있어 집중할수록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가늠하기 힘들다. 대문을 열고 나가면 울음소리는 멀어지고, 다시 책상 앞에 앉으면 더욱 자지러진다. 아기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고 있는데 어르거나 달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저음인 어른의 목소리가 아기의 울음소리에 묻히기 때문일까.
이 골목에서 아이를 못 본 지 오래 되었다. 바로 옆집에 취학 연령의 아이들이 산 적은 있었다. 불안할 정도로 버릇이 없고 산만한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몇 번 놀란 뒤부턴 집에 뒹구는 동화책도 읽으라며 건네지 않았다. 지금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을 그 아이들은 새엄마가 키웠는데, 삶에 아무런 의욕이 없어 보이는 그녀와는 지금도 가끔 길에서 마주칠 때가 있지만 서로 모른 척하고 지나친다. 그녀가 그러길 원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쑥쑥 자랐을 아이들과도 여러 번 마주쳤을 테지만, 한 번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 가족이 옆에 사는 동안엔 이맘때면 골목으로 수박향이 번졌고, “내 수영복! 내 수영복!” 하는 아이의 새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휴가철이다. 아기는 휴가를 맞아 혈육을 방문한 엄마 품에 안겨 온 듯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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