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팬클럽 ‘심크러쉬’ 창단
가수 빅뱅에게는 ‘VIP’가, 엑소에게는 ‘EXO-L’이라는 팬클럽이 있듯이 정치인들에게도 든든한 팬클럽이 존재합니다. 정치인들의 지지자들은 아이돌 가수의 팬 못지않은 열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데요. 20대 국회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 정의당의 대표 심상정 의원의 공식 팬클럽 ‘심크러쉬’가 24일 국회에서 창단식 겸 팬 미팅을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폭염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500명 넘는 팬들은 삼삼오오 행사장인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찾았습니다. 평소의 전사 이미지를 벗고 ‘심블리’(심 대표의 성인 심과 러블리의 합성어)로 거듭난 심 대표는 팬들이 한 목소리로 “심블리 어서와”를 외치자 평소답지 않은 수줍은 미소를 띠고 대회의실에 들어섰습니다. 이날 창단식은 12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하루 만에 대회의실 수용 인원(약 5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다고 하네요.
심 대표는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소개팅을 앞둔 사람처럼 설레고 초조하고 걱정도 됐다. 이렇게 많이 모이실 줄 몰랐는데 정말 감사하다”는 첫 인사로 시작해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직접 열창하는 등 실제 연예인 팬미팅을 방불케 하는 쇼맨십을 보였습니다. 전날 노래방에서 밤 늦게까지 연습했다는 심 대표의 노래는 가수 뺨치는 실력은 아니었으나 객석에서는 생후 7개월 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팬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하며 환호를 보냈습니다.
유명 정치인들의 지지자들이 팬클럽을 결성해 활동하는 것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처럼 대규모 창단식 겸 팬미팅까지 여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날 행사는 보통의 정치 행사와는 달리 ‘정치인’이 아닌 ‘인간’심상정 알리기와 소통에 방점을 찍어 진행됐는데요. 심 대표에게 팬들이 던진 질문도 정치적 현안이 아닌 “아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눈 앞트임(성형수술)을 할 생각은 없는지”까지 사적인 궁금증들이 주를 이뤘죠. 심 대표 역시 팬클럽을 정치적 도구가 아닌 지지자들과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심 대표는 이날 행사가 끝나갈 무렵 자신의 정치적 최종 꿈에 대해 “정의당이 명실상부한 대안 정부를 구성 할 수 있는 정당으로 발 돋음 해 집권도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날 심 대표의 팬클럽 창단도 이 같은 꿈을 이뤄줄 든든한 ‘뒷배’가 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심 대표는 ‘정치를 시작한지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왜 팬클럽이 없느냐’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어왔고, 자신이 하는 험난한 정치의 길에 동행하는 사람들과 좀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앞서 직접 팬클럽 창단을 호소했습니다. 이에 관련 영상을 본 시민 3,000명이 온라인으로 가입하며 행사가 열리게 된 겁니다. 이날 창단식을 찾은 팬클럽 회원 이모(28)씨는 “심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그날까지 팬클럽 활동을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심 대표와 ‘심크러쉬’처럼 이제 정치인과 팬클럽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지 오래입니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 일수록 이 같은 팬클럽의 활동이 활발하기 마련인데요,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는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으로 꼽히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활약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현역 정치인 팬클럽 중 최대 규모인 박근혜 대통령의 ‘박사모’는 6만7,000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며 박 대통령의 강력한 힘이 되어주기도 했죠.
최근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예비 대선주자들의 팬클럽 활동이 활발합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팬클럽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반딧불이(반딧불이)’가 10월 공식 출범을 예고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팬클럽들은 올해 초 ‘문팬’으로 조직을 일원화하며 전열을 가다듬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는 ‘해피스’라는 공식 팬클럽이 존재합니다. 때론 그늘 속의 후원자로, 때로는 전면에 나서 스타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온 팬클럽들이 이번에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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