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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폭염 투정이 부끄러워질 때

입력
2016.07.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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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3시. 차량 온도계에 표시된 외부기온은 35도, 에어컨 바람도 시원치 않은데 고속도로까지 막혀 짜증을 더했다. 한참 후에야 호남고속도로 지선 중앙분리대 보강공사 현장과 맞닥뜨렸다. 좁다란 한 개 차로에서 이동하며 작업해야 하고, 운전자에게 방해될 수 있어 그늘막을 설치할 수도 없다.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에 차량이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져 현장은 후끈 달아오른 불 가마와 같았다. 잠시의 투정이 부끄러워졌다.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 당한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젊은 노동자를 제 자식같이 여기는 것은 위선이라 했다. 하지만 저 폭염 속에서 누군가의 노동이 멈추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일상도 엉망이 된다는 사실은 그도 잘 알고 있으리라. 단지, 그들 또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이고 딸 아들이라는 진실은 외면하고 싶었을 게다.

공사구간을 통과해 잠시 에어컨을 끄고 차창을 내렸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로 달려드는 뜨거운 바람이 다시 숨을 조여왔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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