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3번째 도시이자 유럽행 난민들의 종착지로 유명한 뮌헨이 광기의 희생자가 됐다. 총기 난사 범인이 2시간 40분동안 도심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뮌헨은 공포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범인 알리 다비트 존볼리(18)가 9mm 구경 글록17 권총과 탄알 300발이 든 배낭을 매고 뮌헨 하나우어 거리의 맥도날드 매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2일(현지시간) 오후 5시 50분. 매장에는 금요일 학교를 마치고 들른 학생과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존볼리는 또래 학생들을 향해 총격을 퍼붓고 난 뒤 밖으로 뛰쳐나가 10여차례 총기 난사를 이어갔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존볼리는 맥도날드 건너편에 위치한 바이에른주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올림피아쇼핑센터로 향하며 총질을 계속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진 영상에는 존볼리의 무차별 총격에 놀란 행인들이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장면이 생생하다. 쇼핑센터로 달아난 행인들은 “어서 문을 닫아라”고 재촉했지만 결국 존볼리의 걸음을 멈추지 못했고 9명의 사망자 중 대부분이 쇼핑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창고로 1시간 넘게 피신해 목숨을 건졌다는 쇼핑몰 직원은 “밖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가게로 들어왔다”며 “한 사람은 너무 심하게 다쳐 살았을지 모르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범인의 질주가 쇼핑센터 옆 주차건물에서 이어진 가운데 주차건물 옥상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던 한 시민이 존볼리와 대화를 주고 받은 영상도 공개됐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서 토마스 살비(57)라는 남성이 존볼리에게 “망할 외국인”이라고 소리치자 존볼리는 “나는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독일인”이라고 답하고는 살비를 향해 재차 총격을 가했다. 이후 범인은 다시 종적을 감춘 채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를 이어갔다.
존볼리의 도주에 독일 경찰의 검거 작전은 약 160분이나 계속됐다. 당초 경찰은 존볼리 외에 최소 3명의 용의자가 도주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전을 펼쳤다. 그사이 부상자는 20여명으로 치솟았다. 쇼핑몰 인근에 사는 타미나 스톨은 “머리 위로 헬기가 날아다니고 사이렌이 울렸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결국 존볼리는 오후 8시30분 쇼핑센터에서 북쪽으로 약 1㎞가량 떨어진 헨키 거리에서 경찰관 두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희생자 9명 중 7명은 존볼리의 또래인 13~19세의 학생 또는 청소년들로 확인되고 있다. 희생자 대부분이 존볼리처럼 이민 가정 출신이라는 점도 공교롭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자 중 3명은 터키 국적이었고 코소보 출신 3명, 그리스인 1명이 포함돼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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