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아고/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시민구단 성남FC 소속으로 2016 K리그 클래식 득점과 도움 부문에서 나란히 선두권을 달리던 티아고(23ㆍ브라질)가 아랍에리미트연합(UAE)의 알 와흐다로 전격 이적했다. 성남은 당초 이를 불허할 방침이었으나 선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허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면에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알 와흐다 측이 이적료를 더 높여 제시하면서 결국 티아고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알 와흐다로 이적하는 티아고는 150만 달러(약 17억원)의 연봉을 받게 되며 성남은 약 300만 달러(34억원)의 이적료 수입을 올리게 된다. 이는 성남 역사상 최고 이적료다. "베팅이 워낙 커서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성남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수준이다. 최근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안을 놓고 홍역을 치른 성남은 티아고 이적료를 선수단 전력 강화와 시민구단의 발전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갈수록 약화되는 K리그의 경쟁력이다. 공격포인트 18개(득점 13, 도움 5)가 말해주듯 티아고는 자타공인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그런 그가 한창 달아오른 시즌 중반에 이적을 결정하면서 2014시즌 포항 스틸러스의 이명주(26ㆍ알아인FC), 2015시즌 전북 현대의 에두(35ㆍ브라질)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시즌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이던 선수가 리그를 빠져나가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명주는 당시 K리그 최다 연속 공격 포인트 신기록(10경기 5득점 9도움)을 세우며 주가를 높이던 와중에 UAE 알아인으로 이적했다. 에두 역시 리그 초반 20경기에서 11득점 3도움으로 득점 선두를 달리다 중국 슈퍼리그 갑급리그(2부) 허베이 종지로 팀을 옮겼다.
K리그 구단들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리그 내 주요 선수들은 자본으로 중무장한 타 리그의 표적이 돼온 건 오래된 일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대형 악재에 시달리며 정체 상태에 놓인 K리그와 달리 중국 슈퍼리그와 UAEㆍ카타르 등 중동국가들은 프로축구 투자에 열을 올리며 인력 유출을 가속화했다. 부자구단 FC서울 역시 전반기에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인 아드리아노(29ㆍ브라질)를 올 여름 간신히 지킨 것으로 알려질 만큼 상황이 썩 여의치만은 않다.
K리그가 중국이나 중동의 젖줄 역할로 전락하는 듯한 일련의 현상들은 뚜렷한 해결책 없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성남의 사례에서 보듯 구단들의 재정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는 데다 용병이나 몸값 높은 선수들의 이적 문제는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축구의 전반적인 시스템적 변화와 맞물려 있어서다.
용병과 관련해 지난 21일 통합 대한축구협회를 이끌 제53대 회장으로 만장일치 선출된 정몽규(54) 회장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정 회장은 K리그를 비롯한 한국축구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고비용 구조를 시스템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여자 축구구단도 그렇고 모든 프로구단이 고비용 구조"라고 지적하며 "승패에 매몰돼 항상 좋은 외국 용병 선수나 고액 연봉 선수들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기회가 없어진다. 용병 같은 경우 한국에서 적응도가 낮다. 딱히 리그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걸 유소년 축구에 투자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쪽으로 개선시킨다면 조금 더 건전하게 살아나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는 수비벽을 두껍게 하고 지지 않으려는 축구를 하려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간다면 축구 경쟁력과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추월 당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이 있다. 시스템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데 제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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