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시아파 하자라족 시위대를 겨냥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가 발생해 80여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탈레반 무장세력의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간에서 IS마저 세력을 확장하면서 아프간은 테러집단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23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하자라족 수천 명이 카불 시내 ‘데 마장’ 지역에 모여 시위를 하던 중 두 차례 이상 자폭 테러가 일어났다. 아프간에서 소수파인 이슬람 시아파에 속한 하자라족 주민들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을 받아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전력망 설치 계획과 관련해 “정부가 하자라족 주민들이 모여 사는 바미안 지역을 배제했다”면서 이날 오전부터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아프간 전체 인구의 9%를 차지하는 하자라족은 주류 파슈툰족과 달리 종교적으로 시아파에 속해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왔다. 특히 극단 수니파가 주축인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는 대규모 학살을 겪기도 했다.
IS는 이번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밝혔다. IS의 선전 매체 아마크 통신은 테러 직후 “IS 소속 전사 2명이 아프간 카불의 시아파 집회에서 폭탄 벨트를 작동시켰다”고 전했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IS는 지난해 초부터 아프간에서도 세력을 확장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IS는 지난해 4월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 주 잘랄라바드 시 은행 앞에서 자폭테러를 벌여 35명을 살해했으며 2월에는 하자라족 남성 31명을 납치했다. 올해 1월에도 잘랄라바드의 파키스탄 영사관 부근에서 자폭테러와 총격전을 벌여 10명의 사망자를 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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