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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聲’ 볼륨 낮춘 더민주… 得일까 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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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聲’ 볼륨 낮춘 더민주… 得일까 失일까

입력
2016.07.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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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왜곡방지 토론회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종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왜곡방지 토론회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사드 우병우 의혹 등 이슈에 강경 대응 대신 차분한 반응… 수권정당 염두 전략적 모호성

“與 역공 차단” “집토끼 잃을라” 당 안팎에선 극과 극 평가

#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더민주 의원 단체 채팅 방에 최저임금 결정 방식과 절차가 잘못 됐으니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민생 현안인 만큼 함께 토론해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의원들의 댓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 의원은 22일 기자에게 “(채팅 방이) 절간 같았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뜨겁게 토론하며 정부와 여당에 맞설 일은 맞서야 하는데, 책 잡힐 일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 때문인지 너무 참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제1야당 더민주의 ‘볼륨을 낮춰라’ 행보가 심상치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 녹취록 등 공격용 카드로 쓸만한 정치 이슈가 쌓여가지만 ‘칼’을 휘두르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정의당이 선명성을 보여달라고 압박해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야당의 오래된 전공인 강경 대응 대신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면서다.

더민주의 ‘볼륨 낮추기’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권 정당으로서 안정감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지도부 회의 시간도 줄이고, 잡음 생길 만한 일은 애초 안 만들려 한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 대표는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우리 당을 사실상 집권 여당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과 함께 실책을 하지 말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는 “사드에 대한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겠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사드 배치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정하는 것이 과연 수권 정당으로서 바람직하냐”고 반문했다. “제1야당이 강하게 반대해서 반미냐 종북이냐 논란이 생기는 것은 좋지 않다”는 얘기다.

볼륨 낮추기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여권이 붕괴 조짐을 보이는데 야당이 공세적으로 나서면 정치지형이 여야 대립 구도로 바뀌고 여권 지지자들을 뭉치게 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의 경우 “공개적으로 반대하면 보수 진영으로부터 ‘국가 안보 강화를 반대하느냐’는 역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그 동안 ‘야당= 선명성= 강한 반대’란 틀에 갇혀 어떤 이슈에 대한 차분한 대응이란 ‘금기어’에 속했다”며 “다른 야당들이 선명성을 내세우지만 더민주는 과정과 결과 모두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집토끼(기존 지지자)까지 놓쳐 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특히 호남과 다른 지역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은 햇볕정책 영향으로 대북 문제나 외교, 안보 이슈는 진보적 성향인데 더 민주의 모호한 입장은 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민주의 한 초선 의원은 “자책골만 넣지 않으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다 보니 이슈를 제기하려 해도 호응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한 의원이 단체 채팅방에 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를 방문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좋다’ ‘싫다’는 반응조차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다른 인사는 “정치에서 수비 위주의 전략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나 한나라당이 승리를 확신한 채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안 하다 역전패 당한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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