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21일(현지시간) “우리 노동자를 해치거나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해치는 어떤 무역협정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개별 국가들과 개별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도 강력 시사하면서 보호주의 경제정책과 고립주의 안보정책을 선언했다. 이로써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다면 세계의 동맹구조와 글로벌 무역질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한미동맹 또한 전방위로 ‘트럼프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수락 연설을 통해 “중국과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의 끔찍한 무역협정을 완전히 재협상할 것”이라면서 사실상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밝힌 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우리 제조업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외국 정부의 결정에 종속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언급하면서 “그녀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TPP도 지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가 재검토 내지는 재협상 대상으로 한미 FTA를 직접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FTA에 대해 포괄적으로 부정적 입장과 함께 재협상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외교안보 구상으로는 반(反)이민정책과 대테러 정책만 강조했다. 그는 “올들어 지금까지 국경을 넘은 새로운 불법이민 가정의 수가 2015년 전체를 이미 넘어섰다”면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할 것을 거듭 주장했고 “우리는 즉각 테러리즘에 의해 위험에 빠진 나라들로부터의 이민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분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포함한 동맹재조정 문제 등 고립주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 공격을 받아도 무조건 개입하지는 않겠다”는 말과 함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항상 협상장에서 걸어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위협도 전했다. 그는 특히 주한미군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에서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미군철수 가능성을 시사했고 한반도 등에 전진 배치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유지돼 왔는데 이제는 구식이 됐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보호주의와 고립주의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후보수락 연설에서 재차 확인함에 따라 한국은 외교ㆍ안보ㆍ통상 전분야의 동맹 관리에 심각한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의 경우 군사 동맹 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통상은 트럼프 후보와 같은 보호주의를 강화한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후보가 승리하든 대미 무역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클리블랜드=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